[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2020년 공모주 시장에 조(兆) 단위 기업 가치를 갖는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공모금액은 3조8000억원 규모로 2013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2조8000억원)보다 1조원 가량 적은 것이지만 내년에는 압도적인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기업 가치 대비 공모가가 합리적이거나 미래 성장성이 확실한 공모 기업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내년에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장 계획 기업 가운데 공모금액이 조단위가 될 곳은 SK바이오팜, 현대카드, 카카오뱅크, CJ헬스케어, 태광실업 등이 꼽힌다.
기업설명회(IR) 컨설팅 전문기업인 IR큐더스 관계자는 "올해 IPO 시장은 지난해 침체했던 시장 분위기를 뛰어넘어 반등을 이뤄냈다"며 "기술 특례 상장 이외에 사업모델 특례, 성장성 특례 등 다양한 신규 상장 트랙이 활용된 것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SK바이오팜을 비롯해 CJ헬스케어, 현대카드 등 대기업 계열 대형 기업이 IPO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공모 규모가 올해보다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그 포문을 열 전망이다. 대어 중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은 이날 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심사 승인이 떨어진 만큼 내년 상반기 상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의 예상 기업가치는 약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와 관련해 세노바메이트의 가치만 대략 5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면서 "SK바이오팜의 시총은 약 6조~8조원 규모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선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이 상장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뒤를 잇는 대형 바이오 기업으로 공모금액 규모만 1조원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제약·바이오 업종의 IPO 시장도 SK바이오팜의 상장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광실업도 IPO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대표주관사에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코스피 입성을 노리고 있다. 태광실업은 올 상반기 매출 1조1585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 순이익 1079억원을 냈으며 기업가치는 대략 5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내년도 증시 입성을 예고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기업가치가 6조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상장은 자금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한 공격적인 영업으로 성장 속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에도 시선 쏠린 상태다. 지난 2016년 상장 시도에 나섰으나 롯데그룹의 면세점 특혜 의혹 등으로 물거품이 된 바 있다. 당시 투자은행(IB) 업계가 매긴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대략 15조원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의 상장 시기가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 회사가 미국의 한 특급호텔을 사들인 것도 상장을 염두에 둔 기업가치 제고 행보라는 얘기다.
공모주 시장의 양극화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성장성이 돋보이는 기업이 흥행 가도를 달린 것과 달리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증시에 달렸다. 증시가 부진하면 공모주 시장 내 비인기 업종의 상장 기업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모주 투자자라면 향후 성장동력 등 회사의 기업 가치가 적정한지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