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춘, 밤 야, 기쁠 희, 비우. 봄 밤에 내리는 기쁜 비란 뜻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지은 오언율시의 제목이다. 안사의 난(安史之亂)으로 어지럽던 시절, 난리를 피하려고 이곳 저곳을 떠돌던 두보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잠시나마 안착했다. 그 곳에 두보초당(杜甫草堂)을 짓고 두 번째 봄을 맞이하자 지은 시다. 봄과 밤과 비를 노래한 걸작이다. 여유로운 봄밤에 비까지 더해지면서 모처럼 얻은 작은 안정에 감사의 마음만이 가득할 뿐이다.

비라고 해서 다 같은 비가 아니다. 비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뭄 끝에 비가 내리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 반가운 비를 나타내는 말이 '단비'다. 두보는 봄밤에 내린 단비를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희우'라고 표현했다. 희우와 비슷한 뜻을 가진 것으로 호우(好雨), 감우(甘雨) 등이 있다. 당시 두보는 스스로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해결했다. 초목이 돋아나고 파종(播種)을 하는 봄철에 내린 단비는 그래서 두보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됐었을 것이다. '때 맞춰 내리는 비라는' 뜻의 '급시우'(及時雨)도 단비라 할 수 있다. '급시우'는 수호전(水滸傳) 양산박(梁山泊) 108 호걸의 두령인 송강(宋江)의 별칭이기도 하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딱 등장하는 인물이 송강이었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시성(詩聖) 두보의 도시 청두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났다. 문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오랜 친구 같은 총리를 다시 뵙고 양국 공동 번영 방안을 논의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한중 관계의 봄날을 만들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보의 '춘야희우' 구절인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알아서 내린다)를 인용했다. 이에 리 총리는 "지금은 봄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따뜻한 미래를 향해 가자"고 화답했다. 두보의 시가 한중 정상간 신뢰를 확인하는 고리가 되어준 셈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영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