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특약매입 지침 앞두고 혼선 입점 업체 자발성 요건 기준 모호 정기세일 비용탓 규모 축소할 판 "온·오프 생존 경쟁서 발목" 지적
<연합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백화점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세일 행사 비용의 50%를 백화점이 부담하도록 하면서 당장 신년 '정기 세일'에서부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불황의 터널이 깊어지고 있는데 정부마저 과도한 규제로 내몰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불만도 잇따른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년 1월1일부터 2022년 10월 30일까지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이하 특약매입 지침)'을 시행한다. 백화점이 세일을 주도할 경우 할인 행사 비용 중 50%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입점 업체의 '자발성'과 '차별성'을 입증해야 한다. 입점 업체가 세일에 스스로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자발성' 원칙이 인정되지 않으면 비용 부담이 이전보다 커진다.
특약매입 지침을 시행을 앞두고 백화점 업계는 당장 신년 정기 세일부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발성 요건 기준이 모호해 입증하기가 어려워, 정기 세일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이에 공정위 측은 내년 중 표준약정 형태의 가이드를 발표해 업계의 혼란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 정기세일에 대한 세부지침은 없는 터라, 백화점으로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새 지침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만큼 크게 판을 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자발성을 입증해야 하는 데 어떤 행사는 자발성 요건이 충족되고, 어떤 행사는 충족되지 않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온라인 쇼핑 공세에서 비껴간 백화점마저 정부 규제로 내몰리자, 유통업계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SSM,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한 달 두 번의 의무휴업을 비롯해 영업시간 및 신규 출점 제한 그리고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대형마트의 전년 대비 매출액이 5.0%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3.4%, 2015년 -2.1%, 2016년 -1.4%, 2017년 -0.1%, 2018년 -2.3% 등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비교적 정부 규제에서 자유로운 이커머스가 대형 유통사를 위협할 만큼 덩치를 키우는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정부 규제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토로한다. 온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대결 구조가 '기업-소상공인'이 아니라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여주기 식 정책을 위해 서민들의 생활과 가까이 있는 유통사만 때리고 있다"며 "골목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유통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대형 유통사들이 골목 상권의 생계를 침해한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만은 여전히 7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