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이 선거법을 일방 강행 통과시키면 자유한국당이 비례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비례한국당'(가칭)을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하면서 선거법 대치는 새로운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만약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면 20대 정당지지율을 토대로 계산할 경우 127석을 얻어 제1당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비례한국당 창당 방침에 "해괴한 꼼수"라며 "정치개혁 후퇴는 물론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국당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애초 선거법을 꼬고 꼬아 컴퓨터가 계산해야 비례대표 당선자를 알 수 있는 지경으로 만든 당사자는 민주당과 범여권이 아닌가.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것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협의체가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려는데 대한 방어차원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자당의 의석수가 줄어들 것이 뻔한 데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에서다. 첫째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군소정당, 특히 정의당의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연동형 선거제를 받아들인 것이다. 둘째, 자당의 의석이 준다 해도 정의당과 민평당, 대안신당 등 정치적 색깔을 같이 하는 정당들과 연합해 범여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꼼수에 대응해 제1야당이 합법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당을 창당하는 것을 비난할 순 없다. 한국당에 맞서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은 정당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선거법 수정동의안을 제출하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제 누더기에 더해 걸레가 되어버렸다. 지난 8개월간 정파간 당리당략에 따라 비틀고 비틀어 비례대표를 처음 75석에서 50석으로 줄였다가 다시 현재 의석(47석)으로 바뀌는 등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한국당의 공세에 갇혀 수에 빠진 형국이다. 민주당이 진퇴양난에서 벗어나려면 선거법 야합을 거둬야 한다. 국민대표를 뽑는 선거제가 희화화돼선 안 된다. 쓰레기통에나 들어가야 할 정도로 변질된 선거법을 이제 접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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