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한민국은 달나라와 이렇게 또 멀어졌다'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기사를 접했다. 달 탐사선 개발 중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에 차질이 생겨 우리나라의 달 탐사 사업 계획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사실 정부 차원에서 탈 탐사 계획을 처음 세웠던 2007년은 우주 개발의 가장 근간이 되는 우주 발사체조차 만들지 못하던 때였다. 당시 정부는 2020년에는 달 궤도선을,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발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에도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 임기 중 달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발표되었을 정도로, 달 탐사 계획에 대한 포부는 점점 커져갔다. 2013년이 되자 달 궤도선은 2018년까지, 착륙선은 2020년까지 발사하는 것으로 이전 정부보다 훨씬 앞당겨진 달 탐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016년 탄핵으로 정국이 혼란한 와중에도 항공우주연구원은 미국 NASA와 달 탐사 협약을 맺고,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달 탐사를 향한 실질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합리적인 근거나 실행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던 달 탐사 계획은 결국 지난해에 궤도선 발사 2020년, 착륙선 발사 2030년으로 전면 수정되어 모든 발사체의 개발 일정이 수년씩 늦춰졌다. 그리고 지난 9월 협력 파트너인 NASA와의 이견으로 수정된 달 탐사 계획마저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에 있어 가장 먼저 풀어야할 숙제는 발사체 기술의 확보다. 우리는 이미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이용해 인공위성, 즉 궤도선을 쏘아올리고 차질없이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궤도선이나 착륙선을 우주로 실어나를 발사체 기술의 확보가 가장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 때 기획되어 이명박 정부 시절 발사한 나로호와 한국인 최초 우주인 프로젝트 등 2010년부터 약 10년의 세월 동안 막대한 국가자금을 투입해 진행했던 우주개발 사업들을 이벤트성 사업으로 보는 시각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사업들의 결과로 우리는 로켓 발사에 대한 방대한 유무형의 지식과 정보를 얻었고, 이를 발사체 기술 확보를 위해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 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75톤 추력의 액체엔진 4개로 구성된 1단 우주발사체 누리호는 202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2년 뒤면 우리 손으로 만든 누리호가 고흥 발사기지에서 힘차게 솟아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우주개발은 과학기술 뿐 아니라 통신·기상·환경·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부처간 조정능력, 고도의 전문성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주 개발에는 국가적 역량을 모두 모아야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독립적인 행정기구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우주개발기구'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주 선진국은 별도로 우주개발기구를 두어 우주개발에 필요한 관련 정책 결정이나 연구 개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미국 NASA,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유럽우주국(ESA)이 좋은 예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측면에서 우주개발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연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 대신 전문성이 있고, 독립적인 행정 기구로 관련 부처와 의견을 조율하여 효율적이고 강력한 정책 추진이 가능한 우주개발기구를 별도로 설치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물론 우주개발 전담기구의 설립 자체가 우주로 가는 길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달 탐사 사업이 집권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부침을 겪었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우주 개발은 국민적 관심과 의지를 적극적으로 구하고, 국가적 자존심 차원에서 당위성을 살펴볼 때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우주 선진국들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해서 실패 가능성이 높은 우주개발에 나선 것도 미국과 소련 두 국가가 국민들의 절대적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국가적 위신과 자존심을 걸고 대결에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우주개발은 국가적 자존심이 아닌 철저한 경제적 가치에 근거한다. NASA나 JAXA는 상용 위성이나 로켓 개발은 기업과 대학에 넘기고 위험 부담이 큰 우주 탐사로 임무를 전환하고 있다. 초고진공, 무중력, 고방사선 등 지구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우주가 갖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지구상에서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해 준다. 때문에 또 다른 방향에서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우리가 우주와 가까워질 또 하나의 이유를 제공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보다 치밀한 추진 전략과 장기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한 우주개발 계획을 가지고, 긴밀한 국제협력, 국민적 합의에 근거한 흔들림 없는 예산 지원을 통해 우주를 향한 도전을 지속해 나가야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