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마지막 노래

울리히 라울프 지음 / 까치 펴냄


울리히 라울프 지음 / 까치 펴냄기원전 4000년께부터 인류는 말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유라시아 초원에 살던 유목민들은 말을 타고 사방으로 진출했다. 말은 칭기즈칸을 도와 세계 최대의 제국을 만들기도 했다. 몽골 기병은 여러 필의 말을 끌고 다니며 행군했다. 말이 지치면 다른 말로 갈아타면서 진격했다. 호라즘 정벌 당시의 행군 속도는 하루 최대 134㎞였고, 바투의 유럽원정 때는 하루에 151㎞를 달렸다. 몽골인들은 말을 활용해 세계 최초의 글로벌 국가를 만들었다. 인류 역사의 주요한 장면에서 이처럼 말은 인류와 함께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내연기관이 생겨나자 말은 인간사에서 퇴장하기 시작했다. 말은 오랫동안 전쟁터의 핵심이었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탱크에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이 책은 영웅이나 대사건이 아닌 '말'에 초점을 맞춘 문화역사서다. 말이 필수적인 존재였던 18세기 말부터 말과 인류가 이별하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말의 존재가 인류에 미친 영향을 탐구했다. 말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와 함께 말 해부학과 말 감정학, 수의학 등 말을 둘러싼 과학, 그리고 문학과 회화를 비롯한 예술에 비친 말 등 깨알 같은 '말 지식'을 담고있다. 플로베르와 하디, 톨스토이와 카프카 등의 소설, 다비드와 드가 등의 그림을 통해서 말의 상징성을 분석한다. 나폴레옹, 프리드리히 대왕 등 유명 인물들이 말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방법도 면밀히 살펴본다. 백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나폴레옹은 말의 이미지를 정치에 잘 활용한 경우다. 경마로 인한 품종개량의 발달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프랜시스 골턴의 우생학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말이 인류와 함께 한 마지막 시대를 생생하게 포착한 여정이 이 책에 담겨있다. 저자는 "인간과 말은 운명으로 엮인 동반자였으나 서로 갈 길을 가기로 했다"면서 "켄타우로스(말과 사람을 합성한 괴물) 공동체는 해체되었다"고 말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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