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사상 최장인 125개월째 확장세를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3가지 요인으로 △중국과의 무역분쟁, △대선,△ 기업부채를 지목했다. 한은은 경기 향방에 영향을 줄 변수는 존재하지만 내년 중 미국 경기가 고꾸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 봤다.
22일 한은은 해외경제포커스에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언급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해외투자은행(IB) 등 74개 기관이 발표한 전망치의 평균값이다. 올해(2.3%)보다는 0.5%P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2009년 6월부터 사상 최장 경기확장기를 지속하면서 경기침체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년 미국 경제는 올해보다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0.3%포인트(올해 2.4%→내년 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3%포인트(2.3%→2.0%) 각각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뉴욕·프랑크푸르트 사무소도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에서 경기 및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정치적 불확실성, 기업부채 문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점검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 "시장에서는 그간 장기간 교착상태가 지속하면서 불확실성 증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온 미중 간 1단계 협상이 조만간 최종 타결되고 이후에는 양국이 상당 기간 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라고 한은은 전했다.
다만 1단계 협상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향후 진행될 2단계 협상에서도 기술이전 등에 대한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 무역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견해라고 소개했다. 한은은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대로 무역갈등이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금융상황 개선, 투자심리 부진 완화 등으로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또 내년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 및 의회 선거와 관련해선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나, 의회 선거에서 시장의 중론대로 양당 분점 구도가 유지될 경우 입법 수준에서의 대규모 경제정책 변경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선거기간 전후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 투자심리 위축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경기하강을 유발하기보다는 내년 하반기 중 경기확장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 정도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라고 전했다.
기업부채 문제와 관련해선 "고위험 부채 규모가 확대되고는 있으나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양호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기업부채가 단기간 내 대규모로 부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미국 경기가 잠재 리스크 요인은 있지만 이들 요인이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준은 아니란 게 한은의 결론이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미국의 실업률(11월 3.5%)이 1969.5월(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고용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주요 국제기구들은 2020년중 미국 경제가 2.0%(OECD)~2.1%(IMF)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주요 투자은행은 0.7%~2.4%(중앙값 1.8%)를 전망했다. 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