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계열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이 임차한 선박(왼쪽)이 해상 블렌딩을 위한 중유를 다른 유조선에서 수급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에도 업계 최다인 16개국에 걸쳐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 해 수익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최악의 마이너스 정제마진의 위기 속에서도 원유 공급선 다변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기술을 이미 보유한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한 마지막 방법은 생산원가를 줄이는 방법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인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등에서 원유를 도입한 국가 수가 각각 12개국, 10개국으로, 중복 국가를 제외하면 총 16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28개국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정유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국가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작년에 거래가 없었던 수단에서도 원유를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선이 많아지면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가능하다"며 "거래처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원유 도입 판도 변화는 미국산이 주도했다. 셰일오일 증산에 따른 미국산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유 도입을 늘린 것으로 보여진다. SK이노베이션은 경제성 우선 원칙으로 도입 원유를 결정한다.
그 결과 SK에너지의 중동산 도입 비중은 작년 75% 에서 올해 71%까지 떨어졌다. SK인천석유화학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전체 중동산 비중은 66% 수준을 유지했다. 반대로 미국산 도입 비중은 작년 10% 수준에서 20%까지 2배로 늘었다. SK이노베이션 기준으로는 8%에서 17%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로 원유 공급선 확보가 실적 개선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제마진이란 공장을 가동시켜 생산된 석유 또는 화학 제품의 가격과 원유나 컨덴세이트 등 원료의 도입단가와의 가격 차이를 뜻한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준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11월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이달 들어 배럴 당 0달러로 소폭 회복한 상황이다. 정제마진이 배럴 당 4달러 정도는 돼야 정유사들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수요 부진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장 가동을 한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산업인 만큼, 생산량을 급격히 줄이거나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소위 공정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건짜기'는 할 만큼 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단기적으로 석유제품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보호무역에 따른 세계경기 위축이 당장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만큼 원유 공급선 다변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