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democracy)는 온데간데없고, 비토크라시(vetocracy)만 난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임시국회를 정상운영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통탄하며 내뱉은 말이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에 열기로 했던 본회의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원내대표회동을 소집해 '본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여야 정치권은 조속한 시일 내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

문 의장은 현재 국회 상황과 관련해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 라이벌이 아닌 에너미,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국회의장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문 의장은 이어 "지금의 국회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만 연출해 부끄럽고 부끄럽다"며 "매일같이 모욕적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문 의장은 "헌법은 누구나 '아니오'라고 말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헌법에서는 중요한 국가운영 방식으로 대의민주주의를 규정해, 국회를 국민의 뜻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거리로 나와 광장에서의 대립이 일상화 된다면,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국회는 존재의 의미를 잃는 것이다. 정당이 국회를 버리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 권위와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죽이는 길"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국회가 지리멸렬이니 국민에 실망을 주고 무시당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매일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것도 모자라, 부추기는 정치행태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문 의장은 특히 이날 본회 본관 앞에서 선거제도 개혁안과 사법 개혁안을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연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을 직접 비판했다. 이날 규탄대회 참석자들은 국회에 난입한 뒤 본관까지 진입을 시도했다. 문 의장은 "오늘 특정세력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 급기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여야 정치인 모두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집권여당은 물론 제1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제발 상식과 이성을 갖고 협상에 적극 나서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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