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년 만에 대한항공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접겠다는 의지를 현실화하고 있다. 그룹 내 '군살 빼기'가 본격 속도를 낼 경우 수년째 만년 적자를 기록 중인 왕산레저개발 등이 정리 대상 업체로 거론된다. 공동대표 체제였던 왕산레저개발의 대표 중 한 명은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임한 인물은 한진가(家) 삼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에 복귀하지 못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돈 안 되면 접는다"…조직 슬림화 나선 조원태 =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1일부터 운항승무원과 기술·연구직, 국외근무 직원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한 15년 이상 근속한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조원태 회장이 해외 기자간담회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밝힌 지 약 한 달 만이다. 대한항공이 전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110여 명이 퇴직한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23일까지 희망퇴직 접수 후 심사를 거쳐 12월 말 퇴직자를 선정한다. 선정자에는 법정 퇴직금 외 최대 2년치 급여를 추가 지급하고 퇴직 뒤 4년간 자녀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줄어든 1179억원, 매출은 3.7% 감소한 3조2830억원이다.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 노선 수요 감소와 함께 신생 저비용항공사(LCC)의 진출로 인해 항공 시장 경쟁이 한층 더 심화한 여파로 풀이된다. 희망퇴직은 현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선제조치 차원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은 신호탄?…적자 회사 줄줄이 긴장 = 대한항공의 6년 만에 희망퇴직이 그룹 내 군살 빼기의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곧이어 계열사 중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싸이버스카이, 왕산레저개발, 제동레저 등 그룹 계열사를 정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중에서도 관심은 단연 왕산레저개발이다. 왕산레저개발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관광레저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회사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의 100% 모회사로서, 설립 당시를 포함 올해까지 총 14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출자했다.
하지만 정작 왕산레저개발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2년 영업손실 1082만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2억7775만원, 2017년 20억4347만원, 2018년 22억9424만원 등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 2대주주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하며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 검토할 것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삼남매 완전체 경영복귀는 언제?…조현아 측근 사임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전까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는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에 대해 애착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용국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겸 왕산레저개발 대표도 사임한 상태다.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일선 복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 인사엔 포함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사태 이전까지 삼남매 중 가장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해왔다. 작년 3월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슬그머니 복귀했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동생인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알려지며 또다시 회사를 떠났다. 정작 동생 조 전무는 14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다.
조 회장이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이 함께 합의했고 아직은 외부 방어부터 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조 전 부사장의 복귀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