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한의원을 찾는 보약 환자가 많아졌다. 의학의 발달과 먹거리가 풍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영양제와 피로회복제, 홍삼 등을 찾아 먹지만 효과가 없거나 적어서 실망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건강한 삶을 누리고 싶지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들 건강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지만 질병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은 쉬운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사람의 몸은 자정능력이 있어서 단순한 피로는 수면이나 휴식으로 해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한의원을 찾아오는데, 주로 다음과 같은 증세를 호소한다. 첫째,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둘째, 신경을 조금만 써도 머리가 아프고 집중이 안 된다. 셋째, 눈이 침침하거나 충혈이 되고 뒷목이 뻣뻣하다. 넷째,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자주 걸리고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 다섯째, 운동을 하면 근육통이 오래 간다. 여섯째, 성관계 다음날 오히려 피로감이 더욱 심해진다. 이러한 증세가 반복되면 한의원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피로의 원인은 휴식을 취하면 바로 회복되는 생리적 피로부터 각종 기질적 질환(만성간염,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병)이나 정신적 원인 등 다양하다. 그중에 만성피로증후군은 특별한 원인 없이 6개월 이상 심한 피로감이 지속되고 충분한 휴식 후에도 피로감이 풀리지 않아 일상생활과 업무에까지 지장을 주는 경우를 말한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가 쌓이는 만성피로증후군을 한방에서는 '허로증'(虛勞症)이라 한다. 동의보감에서 '허로' 증세는 "마디 마디가 쑤시고 아프며, 밤에 식은 땀을 흘리고, 쉽게 놀란다"고 한다. 또 "입술이 자주 마르며, 누워 있기를 좋아하고, 피부는 윤기가 없고, 기침과 가래가 심하고, 한기와 열이 반복되며, 정신이 명료하지 않고, 머리가 무거우며, 음식 맛이 없다"고 쓰여있다. 만일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늘 피로하다든지, 체격은 좋은데도 맥(脈)이 약하다면 허로증을 의심해 볼 만하다.
만성피로증후군의 한방치료는 음허(陰虛)와 양허(陽虛)로 구분해 치료한다. 음허 증상은 몸에 진액과 수분이 부족하여 은은한 열이 나면서 만성피로를 느끼는 증상이다. 이 경우에는 진액을 보하는 경옥고를 복용하면 좋다. 경옥고는 생지황·인삼·백복령·꿀로 구성되어 있다. 경옥고의 주성분인 생지황이 진액을 보충하여 열을 내리게 한다. 실제로 운동선수들에게 경옥고를 투여한 결과, 운동 후의 피로 물질 감소에 큰 도움이 됨이 확인되었다(생약학회지 2016).
양허 증상은 양기(陽氣)가 부족하여 모세혈관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추위를 많이 타고 무력감이 나타난다. 대체로 간이나 콩팥 등의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기운이 없고 손발이 차고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이때는 공진단을 복용하면 좋다. 공진단은 녹용·사향· 당귀·산수유로 구성된 처방이다. 동의보감에 "타고난 원기를 든든히 하고 신수(腎水)와 심화(心火)가 잘 오르내리게 하여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해 온갖 병을 예방한다"고 쓰여있다. 실제로 임상시험에서 공진단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 증세 개선에 효과적임이 확인되었다(Frontiers in pharmacology 2018). 아울러 기억력과 인지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Neuroscience letters 2009).
이처럼 한약은 만성피로 극복에 큰 도움이 됨을 알 수 있다. 만성피로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불필요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스트레스나 육체적인 피로가 쌓였을 경우에는 그때 그때 휴식과 취미생활 등 적절한 방법으로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적당한 수면과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과 함께 고른 영양섭취도 필요하다.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음식과 신선한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아울러 만성피로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아가서 내 몸에 맞는 적절한 한약으로 기혈과 음양을 조화롭게 맞추는 것이 소중한 내 몸을 보살피는 훌륭한 투자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