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무총리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력주자로 떠올랐던 김진표(사진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사 의견을 낸 터라 마땅한 후임을 물색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고를 거듭하는 가운데 정세균(왼쪽) 전 국회의장·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이 새로운 총리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원래 총리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함께 발표하는 '1+1 개각 발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추미애 민주당 의원만 내정한 채 차기 총리 발표는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청와대는 11일 "당장 오늘 총리 인선 발표는 없을 확률이 높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 의원을 총리 내정으로 발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이를 부인한 것이다. 청와대 측은 주중에도 차기 총리 후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12월 초 개각설에 힘이 실리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임으로 공석이 된 법무부 장관과 역대 최장기간 총리직을 이어가고 있는 이낙연 총리의 후임을 발표하는 '1+1 개각 발표'의 적임자 물색에 나섰다. 이후 유력한 총리 후보로 원 의원과 함께 김 의원이 하마평에 올랐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는 추 의원이 거론됐다. 그러나 '김진표 차기 총리 유력설'이 돌자 진보진영 내에서는 김 의원의 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청와대 내에서도 '김진표 총리 카드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의 고민이 길어지자, 김 의원도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만나 고사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진보진영의 반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실 측은 "김 의원이 총리로 내정되면 진보진영에서 내년 총선에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최종결정에 따라 김 의원 카드가 아직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에 대한 각종 추정기사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가 다 맞지도 않는다"며 "최종 결정이 될 때 까지는 (문 대통령의 판단을) 보셔야겠다"고 했다.차기 총리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로는 일단 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막혀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총리 인선은 일반 장관과 달리 국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해 국회 상황에 민감하다. 나아가 김 의원 임명에 대한 지지층의 미지근한 반응도 안정적인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야하는 문 대통령에게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총리 후보군인 정 전 의장은 전 국회의장이자 6선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게감이 큰 총리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많다. 특히 정 의원이 쌍용그룹의 임원을 지낸 기업인 출신으로 경제에 밝다는 것도 문 대통령에게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의원의 경우 국가의전서열 2위의 입법부 수장을 지낸 만큼, 의전서열 5위인 국무총리로 체급을 낮추는 것이 부담스럽다. 또한 정 의원과 종로 출마를 놓고 경쟁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정 의원이 총리로 임명되면 정치적인 파장도 뒤따를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