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압박에 맞설 수단으로 필리버스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당은 10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 상정·처리된 법안들은 비쟁점 민생 법안인 만큼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철회한 것은 아니고,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의 발언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협상 결과를 보고 필리버스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한국당은 전날 진행한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철회의 전제조건으로 예산안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여야의 예산안 합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다른 야당들과 꾸린 4+1 협의체로 예산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총에서도 "(민주당은) 협상의 문을 열어둔다고 하면서 여전히 4+1 협의체로 언제든지 밀실 예산, 내용을 아무도 모르는 밀봉 예산의 무차별 강행 통과를 시사하고 있다"며 "이는 앞문 열어놓고 뒷구멍도 파놓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예산안의 합의 처리에 사활을 거는 것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협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안 협상으로 시간을 벌어 패스트트랙 법안의 상정·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친문 독재로 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여당 2·3·4중대에게 의석수를 보장하는 연동형 선거제 야합 거래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여권연합세력의 의석 나눠먹기인 연동형 선거제와 친문 독재의 칼과 방패가 될 공수처 사법 개악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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