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정경부 차장
김승룡 정경부 차장
김승룡 정경부 차장
최근 정부가 고용지표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째 소폭 개선되고 있다며 무척 고무돼 있다고 한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 경제 주축인 40대는 일자리를 계속 잃고 정부 재정 투입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일자리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데도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자화자찬 할 때인가.

정부는 또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 격차가 지난 3분기에 4년 만에 개선세로 돌아섰다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는 소득 하위 20%의 정부 지원금을 포함한 이전소득이 소폭 늘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재정 투입 없인 아무 것도 아닌 결과로 이어진다. 고용도, 소득도 모두 나아진 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2% 달성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7 %),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3.9%) 등 역대 세 번을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적이 없다. 현 정부 경제팀을 모두 경질하고 새 비상대응팀을 꾸려도 이상하지 않을 판이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부진 등이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물론 이런 요소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경제를 활발하게 돌아가도록 각 주체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엔 투자할 수 있는 환경보다 규제가 여전히 많고, 가계는 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정부는 규제 개혁에 큰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고, 투자를 일으킬만한 환경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노동계에 발목이 잡혀 세계에서 노동 유연성이 가장 떨어지는 나라로 낙인 찍히기만 했다. 기업 때리기, 재벌은 다 없어져야 한다는 반 기업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정부 정책에 협력하려 할 것이며, 투자하려 나설 것인가.

혁신성장 이루겠다고 했지만, 고루한 정책으로 퇴보만 있을 뿐이다. 혁신과 개혁은 자기 권력, 기득권 포기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애초부터 불가능한 선동 캐치프레이즈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가 우리 경제의 급선무다. 그동안 잘 나가던 조선, 자동차 등 전통적 제조업은 물론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도 정체를 겪은 지 오래다. 내년 반도체 경기가 조금 나아져서 우리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하고, 경제성장률이 0.2~0.3% 오른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반도체마저 10~20년 뒤 중국에 따라잡혀 동력을 잃는다면 그 땐 무엇으로 버틸 텐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깜깜하다. 새로운 성장산업을 키우려면 과감한 규제개혁, 과감한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데, 그럴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철저히 지역주의, '표'퓰리즘에 빠져 도저히 혁신성장이 될 수 없는 고착 구조 속에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일 게다.

우리 서민들의 삶은 또 어떤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전체 경제성장을 이루는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정부는 최근 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이 전년에 비해 4% 가량 증가했다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결실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국민을 바보천치 일자무식으로 알고 하는 무례(아니 무뇌)한 소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전국 가구원 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137만4000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3분기 141만6300원에 비해 약 3.0% 감소했다. 작년 3분기에 비해선 4.3% 증가했다. 정권 출범 해인 2년 전에 비해선 소득이 줄었는데, 1년 전에 비해 소득이 늘었다고 정책 성과가 있다고 떠벌이는 건 '조삼모사'(朝三暮四), 국민을 무슨 원숭이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전국 만 13세 이상 가구원 약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지금 경제를, 우리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생 동안 노력해도 본인 세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 사람이 64.9%였다. 10년 전에 비해 19.3%포인트나 높아졌다. 국민의 3분의 2가 이 사회는 아무리 노력해도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다. 더욱이 자식세대에는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낮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55.5%에 달했다. 10년 전 29.8%에 비해 무려 25.7%포인트나 올랐다. 지금은 물론 미래에도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오늘 만 1년을 맞는다고 한다. 청와대를 비롯해 경제부처 등 정부 경제팀은 현재의 암울한 경제 상황인식부터 새로 하고, 내년은 마치 외환위기 직후라고 생각하고 비상 경제정책을 꾸려 목숨 걸고 펼쳐야 할 것이다. 제발 잘못 된 건 인정하고 고쳐 국민에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
김승룡 정경부 차장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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