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세계 인권의 날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홍콩 도심 센트럴을 향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6개월을 맞은 가운데 8일 홍콩 도심에서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구의원 선거 후 개최된 첫 대규모 집회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 주최로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80만 명(경찰 추산 18만3000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빅토리아 공원에서의 집회 이후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홍콩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경찰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을 지나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까지 행진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21일 시위 이후 민간인권전선 주최 대규모 행진을 불허했으나, 이날 집회와 행진은 4개월여 만에 허가했다.
지난달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둔 후 달라진 정치 지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빅토리아 공원에 모인 홍콩 시민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광복 홍콩 시대 혁명", "폭력 경찰 해체하라", "홍콩인이여 복수하자"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5대 요구 사항이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홍콩인들이 오늘 거리에 나온 것은 전 세계에 우리가 정부와 경찰의 탄압에 겁먹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이날 주최 측에 엄격한 조건을 붙인 평화 시위를 요구했다. 경찰은 공공질서 위협이 있으면 중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고, 주최 측의 행사 중 모금 활동도 금지했다. 또한 시위를 오후 10시까지 끝내야 하고, 참가자들이 누구도 위협해선 안 되며, 홍콩 깃발이나 중국 오성홍기를 모욕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간인권전선은 200명의 진행요원을 동원해 경찰이 요구한 행진 시작 시각과 경로, 마감 시간 등의 지침을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시위대가 밤 10시 이전에 모두 해산하는 등 이날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일부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과격 시위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주최 측인 민간인권전선은 이를 만류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 전역에 걸친 일제 단속과 검거 작전을 통해 지난 10월 20일 몽콕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 등으로 수배된 시위대 11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갖고 있던 총기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반자동 권총과 탄창 5개, 탄알 105발, 단도 3자루, 방탄조끼 2벌, 최루 스프레이, 곤봉 9개, 폭죽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