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체급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성장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전기차에서 ESS(전력저장장치), E모빌리티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미래 주력 사업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량급 있는 전략통인 지동섭 사장이 신임 배터리 사업대표를 맡으면서 업계에서는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어떤 밑그림을 그릴 지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한때 소문이 무성했던 폭스바겐과의 합작을 비롯해 전략적 M&A(인수·합병) 추진 등이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주 조직개편·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지 사장을 신임 배터리 사업 대표로 선임했다. 이와 함께 CEO 직속이던 E모빌리티 그룹을 배터리 사업으로 편제하고 ESS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사업규모를 키웠다.

SK의 한 관계자는 "지난 3년 간 사업을 책임졌던 윤예선 전 대표가 성장에 중점을 뒀다면, 지 대표는 글로벌 협력과 사업 다각화로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인 미래 주력으로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배터리를 미래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 대표는 1990년 유공으로 입사해 SK텔레콤 미래경영실장과 전략기획부문장을 역임한 전략통으로, 특히 2016년 12월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윤활기유 사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내는 등 '알짜 자회사'를 이끈 경험도 있다.

사실상 최 회장이 CEO(최고경영자) 급 인사에게 배터리 사업을 맡겨 '제2의 반도체'로 키우라는 숙제를 내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 대표는 E모빌리티 그룹의 리더를 2년 간 맡으면서 이미 사업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만큼, 곧바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략적인 합작과 M&A 등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 대표는 과거 스페인 최대 에너지 기업 렙솔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비롯해 일본 JX에너지,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등과의 협력도 강화하는 등 이미 여러 성과를 거둔 적이 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과의 배터리 셀 합작법인 설립 등의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폭스바겐이 최근 스웨덴 신생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합작해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폭스바겐의 규모나 전기차 시장에 대한 의지 등을 고려하면 비유럽권에서 추가 합작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폭스바겐 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역시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만큼 후보군 중 하나로 점쳐진다. 다만 두 회사 모두 LG화학의 배터리도 받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경쟁에서 승리할 지 등이 관건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중국과 헝가리 등에서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해 오는 2025년 100GWh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톱 3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전기·하이브리드차용 윤활유 시장 공략과 친환경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그린 밸런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셀을 소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연말 인사에서 지동섭 사장을 신임 배터리 사업대표로 선임하고 E모빌리티와 ESS 신사업을 배터리 사업에 편제하는 등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셀을 소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연말 인사에서 지동섭 사장을 신임 배터리 사업대표로 선임하고 E모빌리티와 ESS 신사업을 배터리 사업에 편제하는 등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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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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