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한동안 1500원대 프리미엄 제품이 지배하던 라면 시장의 트렌드가 '초저가'로 옮겨오고 있다. 올해 들어 출시된 프리미엄 라면 신제품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몸값이 이들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저가 라면들은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가성비 라면' 시대가 다시 찾아왔음을 알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라면업계에서는 개당 500원대 이하의 초저가 라면들이 높은 인기를 얻었다. 2015년 짜왕 이후 신제품 라면의 기준이 된 1500원대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며 '가성비' 전략을 시도한 것이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초저가 라면의 스타트를 끊은 곳은 '민생 시리즈'를 밀던 이마트24였다. 이마트24는 기존 5개입 2750원(개당 550원)이던 민생라면의 가격을 1950원(개당 390원)으로 낮춰 큰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이 라면에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먹는 것을 즐긴다는 점에 착안, 기본에 충실한 라면으로 가성비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농심은 여기에 '뉴트로' 트렌드를 더했다. 1982년 출시해 인기를 끌다가 1990년 단종된 해피라면을 부활시킨 것이다. 농심은 80년대 처음 출시 때부터 '저가 라면' 콘셉트였던 해피라면을 재출시하며 개당 550원 꼴(대형마트 기준)에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마트24와 농심 이후 '초저가 라면'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경쟁사들도 연이어 신제품을 내놨다. 6월 삼양식품은 홈플러스와 손잡고 5개입 2000원(개당 400원)짜리 '국민라면'을 내놨고, 9월에는 오뚜기가 4개입 1880원(개당 470원)짜리 '오! 라면'을 선보이며 저가 라면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올해 라면 4사가 내놓은 프리미엄급 라면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올 여름 트렌드 제품으로 선보인 초미역 비빔면·쫄면 시리즈는 재고처리 행사의 단골 상품이 됐다. 마라 트렌드에 편승한 마라 라면 신제품들도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기존 인기 제품의 인기에 힘입은 신라면건면·괄도네넴띤 정도가 눈에 띄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에 '가성비'를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멀티팩 기준 2000~3000원 비싼 프리미엄 라면을 구매하기보다는 저렴한 라면을 여러개 구매하는 패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농심과 오뚜기는 해피라면과 오! 라면이 출시 20여일 만에 각각 750만개, 5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라면 시장 최대 히트작인 쇠고기미역국면이 2개월 만에 1000만개 판매에 성공했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라면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눈에 띄게 싼 저가 라면을 찾게 된 것 같다"며 "다양한 재료를 넣거나 색다른 요리법을 이용하는 등 '나만의 라면' 만들기가 유행하는 것도 저가 라면 트렌드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2019년 라면업계는 '초저가 라면'이 이끌었다. <농심 제공>
2019년 라면업계는 '초저가 라면'이 이끌었다. <농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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