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뉴욕 링컨센터 데뷔 30주년을 맞는 피아니스트 백혜선(54·사진)이 오는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8번과 31번, 32번을 차례로 선보인다. 모두 베토벤이 쉰을 넘어 쓴 후기 소나타다. 백혜선은 "어린 시절에도 물론 베토벤 후기 소나타를 치긴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머리와 손으로 친 곡들이었던 것 같다. 곡이 가슴까지 직접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이어 "베토벤은 57세에 죽었고, 후기 소나타는 제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작품들"이라며 "이제 베토벤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다. '아 인생을 돌아보면서 이런 걸 느꼈겠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연주한다"고 밝혔다.
백혜선은 윌리엄 카펠 콩쿠르를 비롯해 각종 콩쿠르를 우승하고, 세계무대에 데뷔한 지 30년이 됐다.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건 50년 전이다. 피아노 말고 다른 길을 갈까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각종 콩쿠르에 우승하고 나서도 고민은 계속됐다. 하지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입상하면서 그는 연주자, 교육자 길을 걷게 됐다.
백혜선은 1994년 이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를 기록해 입상 연주회까지 했다. 그는 그 콩쿠르를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라고 회고했다.
백혜선은 또 "슬럼프도 삶의 한 부분"이라며 "슬럼프는 좋게 쓰면 된다. 남과 비교하고, 남 얘기에 치중할 때, 인생은 불행으로 치닫는다. 자기 자신을 늘 의심하고, 그걸 기반으로 열심히 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 가톨릭대학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석좌교수로 학생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한다. 그는 지난 2005년 10년간 서울대 교수 생활을 정리한 후 미국으로 이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