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전부를 계속 주둔시키는 게 미국의 안보이익에 부합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주한미군 주둔이든 철수든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며 "한국은 방위비 분담을 더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목전에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을 카드로 쓸 수 있음을 시사하며 고강도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을 보호하는 데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우리는 그들(한국)이 상당히 더 내는 게 공정하다고 본다"면서 "여전히 (한국이 내는 돈이) 들어가는 돈에 비해 상당히 적고 지금 우리는 그들이 더 내도록 협상 중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 아주 부자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5억 달러도 되지 않았는데 자신이 6∼7개월 전, 혹은 그보다 더 전에 5억 달러를 더 내라고 요구해 10억 달러를 내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올해 2월 타결된 2019년용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은 1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1조389억원을 내기로 했고 2018년 한국 분담액은 9천602억원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5억 달러를 인상시켰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를 처음 밝히는 것이라고도 했는데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같은 주장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합의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5억 달러 언급에 이어 "한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들(한국)은 '노(no),노,노'라고 했다. 알지 않나. 그들은 매우 좋은 사업가들이다. 그들이 무역에 있어 어떻게 하는지 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이 분담금을 더 내도록 다시 협상 중인데 미국이 부자 나라를 방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라고 거듭 압박했다.

그는 "한국 외에 다른 5개 부자나라와 같은 논의를 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데 그들은 우리에게 수십억 달러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내 친구지만 당신네는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내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3일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추가적 상황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이날 미 워싱턴DC 국무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번 원칙론적인 인상에 대한 문제를 말씀했기 때문에 추가적 상황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방위비 분담 협상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분담금 인상을 직접 공개 압박한 상황에서 확대해석을 경계, 협상에 미칠 여파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 대사는 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미는 이날부터 이틀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위한 4차 회의를 한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는 미국 측의 일방적 회의 종료 선언으로 파행했다.

영국 런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매우 부자 나라다. 그들은 그럴 능력이 된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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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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