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외국어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송영준 군은 지난 11월 14일 치러진 수능시험에서 국어, 수학(나형), 사회탐구 2과목(한국지리, 사회문화)에서 만점을, 등급만 발표하는 영어와 한국사에서 1등급을 받았다.
송 군은 중학생까지 전교 10등대 성적을 유지한 '모범생'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그 흔한 학원과외 한번 없이 노력으로 거둔 성과였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김해외고에 진학한 송군은 반 편성고사에서 큰 좌절감을 느꼈다. 전교생 127명 중 126등. 큰 좌절을 느낀 송 군은 '공부는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입학 일주일 만에 담임선생님에게 "공고로 진학하겠다"며 상담 신청을 하기도 했다. 빨리 취업해 어머니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형편이 어려우면 장학금을 알아봐 주겠다. 포기하지 말고 한 번 더 해보자"며 흔들리는 송군의 마음을 다잡아줬다.
송 군은 매일 밤 12시, 고3이 되고 난 뒤에는 새벽 1시까지 공부에 매달리며 실력을 쌓았다. 내신은 물론 모의고사에서도 과목별로 돌아가며 한 번씩 만점을 받자 조금씩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송 군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진학하고 나서 사교육 받은 아이들한테 성적에서 밀렸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사교육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저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노력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점 비결에 대해선 "수능 당일 수학이나 영어 등 다른 과목은 풀면서 만점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국어가 과목 특성상 애매한 부분이 있어 만점 확신을 못 했는데 가채점 결과 전 과목 만점이 나와 동네방네 자랑했다"며 "수능 전에는 '만점 나오면 선물 뭐 해 줄 거냐'는 식의 질문을 주변에 하며 일종의 자기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떠들고 다니니 부담감 때문이라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송 군은 현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수시 결과를 기다리며 중학생들에게 '동기부여'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다. 대학 진학 전까지 입학금도 모으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을 격려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정의로운 검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송 군은 "힘든 가정사를 숨길 생각도 해봤으나 이런 것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좋은 세상이라 생각해 말하게 됐다"며 "대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그간 가져보지 못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기자 dt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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