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네 번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한국 대표단은 이날부터 미국 측과 비공개 접촉을 시작으로 협상에 들어갔다. 정식 협상은 3~4일 열린다. 서울서 가졌던 3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장면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이번에도 접점 찾기가 쉽지않아 보인다. 미국은 50억달러 선에서 좀처럼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오히려 '잘 사는 동맹이 그만큼 더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워싱턴에서 열린 동아시아 관련 세미나에서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며 방위비 분담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한국이 부자나라가 된 만큼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으로 떠나면서 '동맹들의 더 많은 부담'을 강조했다.

올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막대한 액수는 동맹의 호혜 정신을 어긴 비상식적 요구다. 동맹을 돈으로 사려는 행위에 대한 비판은 한국은 물론 심지어 미국 조야에서도 일고있다. 미 상원은 현재 심의 중인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에서 "GDP의 약 2.5%인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미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상당한 부담 분담 기여에 대해 칭찬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이 한국의 상당한 기여를 적절히 고려하는 정신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터무니없는 요구이자 동맹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는 자명하다. 막무가내식 인상 요구가 동맹국 간 신뢰를 깨고 미국의 이익 마저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연내 타결은 어렵다. 그리되면 책임은 미국 측에 훨씬 더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내에서 잇따르는 지적과 비판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이 일방적 시혜를 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미동맹은 양국이 윈윈 하는 관계다. 미국 측은 동맹의 가치를 직시하고 압박이 아닌 합리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이 적정하게 산출한 액수를 들고 협상 테이블 앞에 앉길 바란다. 동맹국 '쥐어짜기'를 멈추고 적절한 수준의 분담금을 제시해 한미동맹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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