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어려워
큰손 국민연금·외국계펀드에
기업 좌지우지될 가능성 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한 대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 강화와 총수의 등기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2대 주주가 배당을 늘려주지 않으면 이를 승인해주지 않겠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급기야 우호지분들이 가세하면서 일부 등기이사 선임안을 부결시키고, 다른 등기이사에 대해서는 법원에 해임을 요구한다. 최대주주인 총수는 경영보다 대응책 마련에 동분서주하다 결국 이사회 구성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주요 투자 결정도 연기된다.
이 가상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2대 주주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아니다. 국민연금이 그 주인공이다. 소위 '5% 룰' 완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시나리오는 현실로 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이라는 칼을 휘둘러 사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주요 부처의 차관 4명, 국민연금 이사장 등 총 위원 20명 중 6명이 정부 측 위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기존에 경영개입 행위로 간주됐던 이사 직무정지·해임요구,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추진, 배당 관련 활동 등을 허용해 5% 룰을 완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공적연기금의 공시 의무도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재계에서는 이 개정안이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기제를 훼손하고, 또 상위법과도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임원의 선·해임 직무의 정지 등을 모두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법 개정 대신 하위법령으로 예외조항을 만들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경영 개입 여지를 만들려는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제시한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재계의 경영개입에 대한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들은 횡령,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사의 경우 형이 확정되지 않았어도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부터 25일까지 1년여간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력이 있는 상장사 354곳을 조사한 결과 현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313개사에 달한다.
지분율이 10%를 넘긴 기업은 98개사나 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대거 들어가 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과 외국계 헤지펀드가 힘을 합쳐 경영권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재편을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려다 철회한 배경에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주된 목적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통과 시 국민연금이 투자회사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 위법행위 유지청구, 신주발행 유지청구,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변경 요구 등 적극적인 경영개입이 용이해지며, 결과적으로 그만큼 기업의 방어권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큰손 국민연금·외국계펀드에
기업 좌지우지될 가능성 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한 대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 강화와 총수의 등기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2대 주주가 배당을 늘려주지 않으면 이를 승인해주지 않겠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급기야 우호지분들이 가세하면서 일부 등기이사 선임안을 부결시키고, 다른 등기이사에 대해서는 법원에 해임을 요구한다. 최대주주인 총수는 경영보다 대응책 마련에 동분서주하다 결국 이사회 구성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주요 투자 결정도 연기된다.
이 가상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2대 주주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아니다. 국민연금이 그 주인공이다. 소위 '5% 룰' 완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시나리오는 현실로 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이라는 칼을 휘둘러 사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주요 부처의 차관 4명, 국민연금 이사장 등 총 위원 20명 중 6명이 정부 측 위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기존에 경영개입 행위로 간주됐던 이사 직무정지·해임요구,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추진, 배당 관련 활동 등을 허용해 5% 룰을 완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공적연기금의 공시 의무도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재계에서는 이 개정안이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기제를 훼손하고, 또 상위법과도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임원의 선·해임 직무의 정지 등을 모두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제시한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재계의 경영개입에 대한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들은 횡령,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사의 경우 형이 확정되지 않았어도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부터 25일까지 1년여간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력이 있는 상장사 354곳을 조사한 결과 현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313개사에 달한다.
지분율이 10%를 넘긴 기업은 98개사나 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대거 들어가 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과 외국계 헤지펀드가 힘을 합쳐 경영권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재편을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려다 철회한 배경에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주된 목적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통과 시 국민연금이 투자회사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 위법행위 유지청구, 신주발행 유지청구,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변경 요구 등 적극적인 경영개입이 용이해지며, 결과적으로 그만큼 기업의 방어권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