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 달성이 힘들 것이란 우려가 정부 내부에서 확산 되고 있다. 건설과 설비 등 투자부문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연말을 기점으로 성장률 수치를 끌어 올릴 만한 긍정적인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소비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소비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도인데 국민 세금이 민간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률 상향에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경제 현황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성장률을 끌어 올릴 만한 이슈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장률 2%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알 수 없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올해 성장률 2% 달성이 힘들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경기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구기관장·투자은행(IB) 전문가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 악화와 불확실성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 등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돼 제조업 기반 수출 국가들이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2018년 하반기 이후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올해 들어 심화하면서 업계에선 당초 상정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고 할 만큼 하강의 골이 깊었다"고 했다.
실제 수치만 보더라도 올해 성장률 2%의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2.0%를 기록했다. 간신히 2% 성장은 지켰지만 문제는 4분기 최소 2.3%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올해 GDP 성장률은 1분기 1.7%, 2분기 2.0%를 각각 기록했다.
경제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누적 기준으로 볼 때 4분기 2.3%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2%의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문제는 1분기에 하락한 수치를 4분기에 끌어올려야 하는데 긍정적으로 볼 만한 재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성장률 상승을 견인한 정부의 재정소비도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3분기 정부소비는 1.4%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9%나 늘었다. 재정소비는 올해 1분기(0.4%), 2분기(2.2%)에도 꾸준히 증가 흐름을 보였다. 3분기 2.0%의 성장률도 재정소비가 주도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재정 소비 현황을 보면 수치는 더 올라간다. 2017년 재정소비는 누적 기준으로 1.2%에 불과했지만 작년엔 6.9%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건설투자는 -6.0%, 설비투자는 0.6%를 각각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7% 하락했고 설비투자는 2.6% 감소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삼성전자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액 29조원 중 12조2000억원을 4분기 내 집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2% 성장률 달성은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효과를 기정 사실로 두고 상정한 수치다.
경제 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재정으로 성장률을 끌어 올렸는데 민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정소비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친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올해 4분기 재정 소비가 최대치에 이르고 정부가 민간 기업에 투자를 강요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성장률 2%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1%대로 떨어진다면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져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차원에선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