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미정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한 상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문제점은 먼저 정부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하위법이 상위법을 침해하는 국가 법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모호한 기준 역시 악용할 경우 정부의 경영 개입 여지만 높여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취업기간 제한 역시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들이 경영 관련 전문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상법 시행령의 개정안들은 3권 분립의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국가 법체계를 뒤흔드는 발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의 위임 범위를 위반해 하위법인 시행령이 오히려 더 강하게 경영권을 흔들고 있는 꼴"이라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법체계상 문제점을 꼬집었다. 특히 배당정책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보편적인 지배구조'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회사 정관을 개정하는 경우를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서 제외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도 "상법시행령 개정안은 하위법임에도 불구하고 상위법인 상법 배당제도와 맞지 않고 자본시장법 등 법률이 보장한 사업보고서 제출기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해 부실감사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상 '5%룰'(대량보유보고제도) 개정안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자본시장법 제147조는 상장법인의 주식을 대량 취득한 자로 하여금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소정 사항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육태우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수동적인 투자의 구체적 예를 미리 결정해 둠으로써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는 과장에 있어서 대량보유제도의 취지를 왜곡시킬 결과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장안에서 권리남용을 통해 경영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존하는 경우까지 일반투자로 분류해 대량보유보고 의무를 완화해 주는 것은 투자자 보호 및 경영권 경쟁의 공정성 확보라는 대량보유보고제도 본래의 입법목적에 비추어볼 때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배구조란 있을 수 없음에도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설정한 '이상적인'지배구조를 기업에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면서 "시급한 과제는 외국과 달리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적대적 M&A 방어책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경영권을 보호하고, 악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식대량보유공시제도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의 해당회사 6년, 계열회사 합산 9년 인상 재직할 수 없도록 한다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최 교수는 "오직 능력과 실적만으로 평가받는 승부사의 세계에서 9년 근무했다고 그만 두라는 것은 전문가를 쫓아내라는 것"이라며 "718명에 달하는 사외이사가 한꺼번에 교체 될 수 있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 소집 통지시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첨무 의무화 역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3월 말에 집중된 상장회사가 정기 주총을 5~6월로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나 배당을 주총에서 결정하는 회사들은 현실적으로 주총을 4월 이후로 미룰 수 가 없어 분산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재무적 투자자로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여야 한다"면서 "기업경영 개입을 줄이는 동시에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왼쪽 세 번째)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정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왼쪽 세 번째)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정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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