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당시 탑승자들 더 큰 禍 막아
프랑스 고속열차선 1명의 희생자도 없어
브렉시트 논란 영국서 폴란드인 큰 공헌

2015년 프랑스 고속열차에서 무장괴한을 저지한 탑승객들과 촬영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가운데).   EPA 연합뉴스
2015년 프랑스 고속열차에서 무장괴한을 저지한 탑승객들과 촬영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가운데). EPA 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런던 브리지 흉기테러가 용감한 시민들에 의해 제압당하면서 테러 현장의 시민 영웅들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역대 테러 사건 중 시민 영웅 활약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2001년 미국 9·11 테러 때 희생된 유나이티드항공 93편 탑승자들이다.

뉴저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이 항공기를 납치한 알카에다 테러범들은 수도 워싱턴DC로 기수를 돌려 미 의회 의사당 등을 공격하려 했으나, 승객과 승무원 40명이 맞서 싸워 생크스빌의 들판에 비행기를 추락시켰다. 이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는 게 중론이다.

같은 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서 '신발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려던 테러범 로버트 리드를 제압한 것도 같은 항공기 탑승객들이었다. 이들 덕분에 200여 명의 목숨을 구했다.

지난 2015년 8월에는 AK자동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괴한이 승객 554명이 탄 프랑스 고속열차를 습격했으나, 용감한 승객들 덕분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이 고속열차를 타고 여행 중이던 미국인 3명이 방아쇠를 당기려던 괴한을 발견하자 맞서 싸워 총을 빼앗고 그를 때려눕혔다. 이들 중 2명은 미군 소속이었으나 나머지 한 명은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영국인과 프랑스인 일반 승객도 무장 괴한에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5년 11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딸과 외출한 30대 아빠 아델 테르모스가 자살폭탄 테러범을 발견하고, 그가 군중 속으로 들어가기 전 넘어뜨려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칭송을 받았다. 테르모스는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번 런던 테러에 앞서 2017년 6월 역시 런던 도심에서 벌어진 차량·흉기 테러 때도 테러범들에게 유리컵과 의자를 던지며 맞서 싸운 시민, 부상자를 차에 태우고 테러범을 들이받으려 한 택시 기사 등이 외신 보도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50명을 숨지게 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테러범과 싸워 다른 시민들을 보호한 용감한 아빠가 주목을 받았다.

모스크 한 곳과 거리에서 이미 수십 명을 살해한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가 두 번째 모스크에 들이닥치자, 그곳에 있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인 압둘 아지즈는 카드단말기를 집어던지고 범인이 버린 빈 총을 휘두르며 맞섰다. 아들들과 다른 참배객을 보호하려던 그의 용기 덕분에 인명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호주 시드니 도심에 흉기를 휘두르려던 한 남성을 시민들이 의자와 우유상자로 넘어뜨린 뒤 제압하는 장면이 포착돼 찬사를 받았다.

한편, 이번 런던 브리지 테러범에 맞선 용감한 시민 중 한 명이 폴란드 출신으로 추정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론자들을 머쓱하게 한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브렉시트 지지세력은 폴란드인 노동자들이 영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며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지만, 정작 폴란드 남성이 외뿔고래 엄니를 집어들고 런던 시민들을 보호한 영웅이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광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