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작년보다 높아진 세금 고지서를 받아든 집주인들 사이에서 주택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집주인들은 종부세율이 더 높고 세 부담 상한도 큰 만큼 양도세 부담이 없거나 적은 주택을 팔아 주택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까지 종부세 납부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 매도 전환이 늘어날 조짐이다. 매수 3년 뒤에는 양도세 부담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때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는 일시적 2주택자와 달리 서울 등 일반 조정대상지역내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조치로 집을 팔기 어렵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유세 부담으로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아까워 못 판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는 이 때문에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주택부터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양도차익이 적은 곳의 주택을 우선 매각해 양도세 부담을 줄이면서 종부세 중과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들이 몰린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온 뒤 일부 집주인들이 강북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은마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겠다는 분위기다. 집을 판다면 양도세 적은 주택부터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강남이나 마포·용산·성동구(일명 '마용성) 등 인기지역의 주택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다면 강남 등 미래가치가 있는 주택 1채만 보유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식으로 이탈한 자금이 규제 무풍지대인 지방으로 몰리며 지방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집값이 장기간 하락했던 울산이 최근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전격 해제된 부산지역 집값이 강세로 돌아선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거주자의 서울 외 지역의 주택 매매 건수는 4964건으로 작년 10월 7437건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울산의 서울 거주자 주택 매입건수(신고일 기준)는 지난달 30건으로 2017년 12월 39건 이후 월간 단위로 최대다.

다만 3주택 이상자는 지방, 수도권 관계없이 종부세율이 중과되고 세 부담 상한도 300%로 커지기 때문에 과거만큼 지방 투자가 활발하진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든 지난 주말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매수 문의가 다소 주춤해졌다. 전반적인 매물 부족으로 매도 호가는 여전히 높지만 매수 대기자들은 종부세 부담으로 내놓는 '종부세 매물'을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다.

자사고 폐지, 정시 확대 등 교육 이슈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대치동은 전세의 경우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계약되는 것과 달리, 매매는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대치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종부세·실거래가 조사 발표 등 정부 압박이 심하다보니 일부 매수예정자들이 집값이 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분위기다.

상한제 핀셋 규제를 피한 양천구 목동도 매물 잠김이 심화된 가운데 어쩌다 나오는 매물도 집주인이 호가를 높게 부르자 거래가 중단됐다.

부동산 업계는 당장 종부세 매물이 급격히 늘거나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일단은 보유세를 내고 버텨보겠다는 수요가 많아서다. 다만 내년에도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최대 2∼3배까지 늘어나는 등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공시가격 발표 이후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 등으로 집값이 하락 전환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세를 내며 버티긴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의 대책과 집값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작년보다 13만명 늘어난 60만명에 육박했다.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작년보다 13만명 늘어난 60만명에 육박했다.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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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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