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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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30년전인 1989년에 일본 도쿄에서 어학연수생 신분으로 약 1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다. 필자가 거주했던 지역은 도심내 주요 상권지역인 신쥬쿠(新宿)에서 전철로 약 25분정도 걸리는 곳인 미타카(三鷹)라는 도심외곽지역이었는데 생활하기에는 매우 쾌적한 곳이다. 바로 가까이에는 애니메이션의 세계적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설립한 지브리스튜디오가 있는, 매우 넓은 규모의 이노카시라 공원이 있고 도쿄의 젊은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한다는 기치조지(吉祥寺)와 붙어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이 지역에 대한 좋은 기억과 추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탓에 그 이후에도 도쿄에 갈 기회가 있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노카시라 공원과 당시 다니던 맛집 등을 가보곤 하는데, 몇 달 전 일본 포탈에서 미타카 지역을 검색하던 중 깜짝 놀랄만한 광고를 보게 됐다.

도쿄도 미타카시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맨션단지 미니어처
도쿄도 미타카시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맨션단지 미니어처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프리미엄 맨션단지 분양광고였다. 광고 헤드카피에 쓰여있는 분양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을 의심하며 "75제곱미터(약 23평) 4000만엔(약 4억4000만원)부터~"라는 문구를 몇 번이나 읽어 보았지만 어떻게 그런 가격이 가능한지 궁금증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이 지역을 서울도심과 수도권으로 비교해보면 강남 인근의 분당보다 출퇴근 거리와 시간대비 더 가까운 곳인데도 불구하고 분당의 전세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고급 맨션을 소유할 수 있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아 관련 홈페이지에 들어가 모델하우스(게스트 살롱) 방문과 상담 신청을 하고 지난달에 직접 방문해서 취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게스트살롱의 규모와 시설이라던가, 스펙터클한 홍보영상 컨텐츠라던가, 상담실의 전용 모니터를 활용한 각 동마다 남향과 동향 서향에 따른 시간 별 그림자 시뮬레이션 등 신선한 서비스에 놀라움을 감추기 힘들었지만, 그토록 궁금했던 분양가의 비밀을 듣고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토지와 건물소유의 분리였다. 이번 분양은 건물만 소유하고 토지는 70년간 장기 임대하는 아주 기발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토지의 소유자는 한국의 KT같은 통신회사 NTT이고 분양 받은 입주자들은 한 달에 약 9만원 상당의 토지임대료만 내면 70년간 거주할 수 있으며 소유한 맨션을 자유롭게 사고 팔고 하는 거래도 가능하다. 최근 도쿄는 50년 이상 오래된 맨션들로 골치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서울처럼 재개발을 통한 이익도 기대할 수 없고 현 소유자들이 돈을 모아서 재개발을 하기에는 개인들이 보유한 자금이 모자라서 할 수 없이 일부 보수만 하며 참고 사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한 상품이 토지와 건물을 분리한 분양방식인 것이다. 이렇게 분양하게 되면 주변 맨션 시세보다 약 30% 저렴한 가격에 프리미엄급 신축 맨션에서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으며 분양가의 90%를 0.5%의 저금리로 최장 35년간 빌릴 수 있어서 서민들도 큰 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분양한 맨션들이 신축이라는 이점으로 매매가격이 분양가 대비 10% 이상 오르는 등 수요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 강남지역의 옛 전화국이었던 KT건물을 외국계 체인 호텔로 재개발한 곳이 요즘 가장 '핫'하다고 하길래 들른 적이 있다. 물론 민영화가 된 이후 공기업 때 가졌던 역할과 많이 달라졌지만 일본의 NTT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며 넓은 땅들을 보유한 '공기업'들의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토지공개념' 아이디어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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