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찾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막아내자고 제안하며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유 의원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 황 대표의 농성장에서 일주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황 대표와 만나 "(황 대표의) 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면서 "건강을 너무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단식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만류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와 대화를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에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은 문제의식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해 막아내야 하는 것이니 국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가 건강을 너무 해치는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 황 대표가 거의 말씀을 못 하고, 마스크를 벗고 말씀하시려 하는 것을 (내가) 벗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날 보수통합과 관련한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은 "보수 통합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초대 대표를 지냈으며, 한국당과의 보수통합 협상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변혁이 통합보다 신당 창당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고,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면서 통합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이다. 유 의원이 이날 패스트트랙을 반대하고 있는 황 대표에게 동조하는 의사를 표명한 만큼 변혁이 패스트트랙 협상에서 한국당과 같은 노선을 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변혁은 선거제도 개혁이나 공수처 설치에 일부 찬성, 일부 반대 의견을 제시해왔다.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공수처 법안 중 하나는 변혁 소속인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6일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농성장을 찾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