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헤지펀드의 눈물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교보악사 자산운용의 일부 헤지펀드 청산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우리 펀드들도 위태롭긴 매한가지니까요." 헤지펀드 1세대격으로 꼽히는 한 자산운용사의 운용역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교보악사운용이 최근 8년의 트랙레코드가 담긴 2개의 헤지펀드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남일처럼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롱숏 기반 헤지펀드들도 계속 성과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교보악사운용은 2012년부터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해 트랙레코드를 쌓은 매그넘헤지펀드 1호와 오렌지헤지펀드 등 2개 펀드의 연내 청산을 결정했다. 이들 펀드는 한때 누적 수익률 20% 이상을 유지하며 헤지펀드 시장의 초기 성장을 견인하던 상품이다. 하지만 지난해 약세장에 급격한 수익률 하락과 설정액 유출을 경험한 이들 펀드는 국내 증시 변동성 심화로 수익률 악화까지 더해지며 결국 접게 됐다. 사실상 자구 회생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역시나 1세대 헤지펀드 운용사로 꼽히는 하이자산운용의 경우 헤지펀드 비즈니스를 접는 것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2월 설정된 하이운용의 하이임센펀더멘탈롱숏펀드 1호의 경우 한때 설정액 1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지난해 저조한 수익률에 자금 유출이 심화하며 현재는 200억원대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올해는 증시 변동성까지 겹치며 누적 손실이 -20%를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청산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들 펀드의 행보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세대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1년 말 9개 운용사의 12개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태동했다. 이들은 정부의 한국형 헤지펀드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규제완화에 초점을 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그해 11월 통과하자 동시에 태어났고, 줄곧 성장가도를 걸었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국내 공모펀드 시장과 달리 헤지펀드 시장에는 점점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중위험·중수익을 선호하는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과 맞아떨어지는 운용전략에 기인했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실제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공모펀드에 비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했다. 최소 투자금액 1억원 이상 쏟은 부자들은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에 관심을 두고 수요를 지속했다.
그러던 1세대 헤지펀드들이 불과 8년 만에 신화가 무너지는 생존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증시가 급락장을 겪으며 쓴맛을 본 여파다. 당시 수익률 하위에 이름을 올린 펀드는 모두 롱숏 중심의 주식형 헤지펀드였다. 전체의 61% 헤지펀드에서 손실이 났고 두 자릿수 손실도 수두룩했으며 90%가 넘게 빠진 것도 상당수였다.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의 운용취지가 무색할 정도였다.
폭락장의 여파는 올 초로 넘어와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경고등을 켰다. 상당 수의 헤지펀드 운용사가 자기자본 최소 유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퇴출 위기에 놓였다가 결국 대표를 전격 교체하거나 임원진이 대거 물갈이 되는 등 위기를 보였다.
한 번도 역성장 기록을 쓰지 않았던 헤지펀드 시장의 전체 설정액이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 9월 월별 기준 약 4000억원대가 줄어들며 첫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달에도 연속해 설정액이 줄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생존 기로에 선 1세대 헤지펀드의 현주소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들의 위기를 두고 "자업자득"이다, "몰락의 전조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2016년 이후 2세대 헤지펀드가 시장에 등장하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흐름을 쫓지 못했기 때문이다. 1세대 헤지펀드들이 2016년 이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며 성장 정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이런 상황을 설명한다.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가 우후죽순 생겨 시장과 경쟁의 포화 상태가 이어지는 동안 스스로 '영업포기'를 외치는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저금리 기조 속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수요는 틀림없이 끊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어렵다. 최근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투자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하루 걸러 하나 생기는 헤지펀드 홍수 속에서 한국형 헤지펀드라는 이름만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체성이 모호하다.
지금은 성장통이다. 성장에 따르는 통증이다. 적자생존 경쟁의 과정 없이는 시장의 성장도 없다. 형도 아우도 없는 무한경쟁 속 헤지펀드가 발전해가기 위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일 것이다. 위기를 아파할 때가 아니라, 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을 앞세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