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강원 고성·속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이 지역 주민들은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국가적 재난으로 선포된 강원 산불이 전신주 개폐기에서 발생한 '아크 불티(전기적 방전으로 전선에 발생하는 불꽃)'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신주 관리와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신주의 전기 누설이나 배관의 가스 누출 여부 등은 센서를 이용해 공기 중 일정 이상의 가스가 축적됐을 때 측정이 가능하거나, 검침 부위에 작업자가 직접 비누 거품을 묻혀 육안으로 확인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초음파와 카메라를 접목한 '초음파 카메라(사진)'를 통해 이 같은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창업기업이자 음향 카메라 전문기업인 에스엠인스트루먼트(대표 김영기)가 가스 누출이나 전기 방전 등의 위험 상황을 점검하는 데 유용한 '휴대용 초음파 카메라'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음향 분야의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고 빠른 초음파 카메라(BATCOM 2.0)를 개발, 제품화에 성공했다. 초음파 카메라는 열화상 카메라가 열이미지를 촬영해 영상으로 보여주듯이,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측정해 가스 누출과 전기 아크를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산업용 카메라다.
디지털 방식의 초소형 정밀기계기술(MEMS) 센서를 사용해 노트북보다 작은 크기로, 무게도 1.2㎏에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하다. 카메라에 부착된 112개의 고감도 마이크로폰으로 초음파를 측정하고, 측정된 신호는 독자 개발한 신호처리 및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초음파 이미지로 실시간 변환된다.
가령, 전신주를 향해 초음파 카메라를 들이대면, 전기 아크가 발생하는 부위가 파란색으로 카메라에 표시돼 전기 누설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원거리에서도 측정이 가능해 지상에서 높이 떨어져 있는 절연체나 변압기 등의 누전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가스 누출 점검에도 유용하다. 초음파 카메라는 소리를 이용해 측정하기 때문에 주변 공기흐름이나 가스 종류 관계없이 즉각적으로 배관 등의 가수 누출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기존 화학적 방식의 센서들은 공기 중에 일정한 농도 이상의 가스를 검출할 수 있고, 광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센서 역시 탄소가 포함되지 않은 암모니아, 수소 등은 검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국내 발전사, 석유화학 공장, 반도체 공장 등에서 초음파 카메라 성능 시험을 마쳤으며, 미국 경쟁사 제품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대리점과 판매 계약을 맺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제품 출시 시기는 내년 1월로 예상된다.
김영기 대표는 "초음파 카메라를 이용하면 인체에 유해하거나, 커다란 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가스누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산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미세한 전기 아크 검침도 보다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국내 발전사, 정유사, 석유화학사 등에서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아 내년에 적어도 200대 이상을 판매하는 등 현장에서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2006년 창업한 이 기업은 2014년 독자 기술로 휴대형 음향 카메라를 출시해 국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공급해 오고 있는 음향 기술력 기반의 벤처기업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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