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적 이전소득으로 사실상 생활을 꾸려나가는 저소득층들이 늘어나는 비소비지출에 한 숨을 내쉬고 있다. 비소비지출은 세금이나 연금, 보험료, 대출이자 등 매달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소비를 말한다. 특히 이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고소득층들까지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퍼주기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농어가 제외) 가운데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 137만4400원에서 비소비지출(34만8700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5.4%로 작년 3분기(23.3%)보다 2.1%포인트나 상승했다. 비소비지출이 13.4% 늘면서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인 4.3%를 3배 넘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에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소비지출 비중이 25%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즉 월 100만원을 벌면 이중 25만원 이상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나가버리는 셈이다.
실제 비소비지출은 월급에서 공제되는 항목이 대부분이다. 이 비중이 늘어나면 처분가능소득이 줄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다. 지난 3분기 1분위의 비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들여다보면 근로소득세, 사업소득세, 재산세 등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을 의미하는 경상조세가 7만5900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29.5%나 증가했다. 이는 종전 3분기 최고치였던 2014년의 6만300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으로, 3분기에 경상조세가 7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도 4만1200원으로 8.8% 늘었고, 연금 지출은 2만2000원으로 5.5% 증가했다. 반면 양도소득세와 부동산 취·등록세 등 일시적으로 내는 세금인 비경상조세는 1200원으로 62.5% 줄었다. 이자 비용은 3.6% 줄어든 3만9300원이었다. 종교단체 기부금 등 비영리단체로 이전한 자금은 13.1% 증가한 5만8400원이었다.
비소비지출은 중상위 계층에서도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조사 결과 3분기 기준 2~5분위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분위 20.8%, 3분위 22.2%, 4분위 22.0%, 5분위 25.1%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5분위는 가계소득 980만200원에서 비소비지출 246만1100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5.1%로, 작년 3분기(23.9%)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경상조세 증가폭이 컸던 1분위와 달리 5분위의 경우는 양도세, 부동산 취·등록세 등 비경상조세(76.6%)와 이자 비용(15.7%)이 비소비지출 증가를 주로 견인했으며, 경상조세는 9.0%, 사회보험은 8.0%, 연금은 5.7%의 증가율을 각각 보였다.
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앞으로 건강보험료 등 세금이 줄줄이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소비지출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