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조건부 연장 결정을 한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일본 정부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일단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향후 논의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소미아 연기를 결정한지 이틀만인 24일 일본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국이 취한조치를 알려와서 일본이 협의에 응했다는 보도가 나온 점 △6시 정각에 동시 발표를 하기로 한 약속을 7~8분 가량 어긴점 △일본 측의 합의내용을 의도적으로 부풀려서 발표한 것 등이 원인이 됐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일본이 이런 입장을 가지고 협상을 했다면 애당초 합의가 안 됐을 것"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한국이 일본 압박에 굴복한 '퍼펙트 게임'이라고 주장하는데, 견강부회라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국간 쌓인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지소미아 연장 결정 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양국 간 대화에 공을 들이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협상에 있어서도 낙관론을 펴기 어렵게 됐다.

특히 양국은 현재까지 갈등의 가장 궁극적 원인인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판결 문제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강제징용배상판결의 경우, 피해자들이 지난 5월부터 일본의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주식·특허권 등 자산을 압류하고, 법원에 배상액을 매각하는 현금화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현금화가 실행될 경우, 당장 일본의 불만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또한 "만약 현금화가 이뤄지면, 한일관계는 더욱 심각한 상태가 된다.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도 한일 양국은 '대화 개시'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뿐, 각자 입장은 온도차가 뚜렷하다. 한국은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을 논의하는 동안 일본 측 수출규제에 대한 WTO제소 절차도 정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기존 수출규제하던 품복을 개별심사해 수출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수출규제 철회가 한국 정부의 목표인만큼 언제든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잠재돼있는 것이다.

이에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수출규제조치 관련 협상 어느 한쪽이라도 지지부진 할 경우 지소미아 종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소미아 연장 결정은)본질적으로는 우리만 양보한 것"이라면서도 "일단 연장은 됐으니까 계속 연장을 시키려면 일본에도 어느정도 압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제징용 배상문제에 관련한 해법을 풀지 않고는 백색 국가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일본 입장이 유연하게 변한다면 나름대로 성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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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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