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당별 의석 비례 등을 명분으로 예산 심사 협의체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예결위원장 배제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3당 간사 간 협의체를 구성해 예산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예결위 예산안등 조정 소위원회(예산소위) 소속인 임종성·맹성규·최인호·김현권·송갑석·강훈식·전해철 의원 명의의 기자회견문을 내고 "지난 22일 예산소위에서 모든 부처 감액심사를 완료했다"며 "앞으로 3당 간사 간 협의체를 구성해 감액보류사업, 증액사업, 부대의견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하나, 한국당의 무리한 주장으로 협의체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은 위원장이 참여하는 3당 간사회의에서 남은 예산 심사를 이어가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타당하지 않다"면서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예결위원장 참여를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로 정당별 의석 비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이 129석으로 가장 많고, 한국당이 108명, 바른미래당이 28명이다. 한국당 소속인 김 예결위원장이 심사에 참여하면 민주당 1인, 한국당 2인, 바른미래당 1인이라 예산 심사에서 민주당이 불리하다. 민주당은 "위원장이 주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면 현재 정당별 의석수, 예결위 전체 위원 수 비례에 전혀 맞지 않는 기형적 구성이 된다"며 "민주주의 원칙, 국회운영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이 예결위원장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자 한국당은 여당이 예산 심사를 방해한다고 반격했다. 김 예결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은 예결위의 3당 간사 3인이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513조원에 달하는 초슈퍼예산을 심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회법을 무시하는 불법적 발상이자, 그간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예산소소위를 이어가겠다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소소위는 국회법상 근거가 없는 뿌리 뽑아야 할 악습"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김 예결위원장은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국회법에 규정돼 있는 위원장과 간사 간의 협의체, 즉 위원장이 소집하는 간사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이 심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소위라는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 예결위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3당 간사 간 심사가 짬짜미, 밀실 심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한국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위원장이 참여한다고 예산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당의 예산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위원장이 주재하는 간사회의가 법적 근거가 있다는 주장 역시 논리적 비약"이라며 "국회법 49조를 근거로 위원장이 주재하는 간사회의만이 법적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의사일정 등을 정하는 위원장의 직무에 관한 규정일 뿐이고, 국회법 어디에도 예산 심사를 위한 소위 내 별도 협의체를 위원장이 주재할 권한을 명시한 규정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국회법 49조는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 위원장은 위원회의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한다'고 돼 있다.

다음 달 2일인 예산 심사 종료일까지 불과 일주일 남짓밖에 남지 않았으나 여야의 기싸움이 계속되면서 매년 반복된 예산 졸속 심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 소속인 임종성·맹성규 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당 간사 간 예산심사 협의체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 소속인 임종성·맹성규 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당 간사 간 예산심사 협의체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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