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진흥원 '분쟁조정포럼'
백윤재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백윤재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게임 규칙·진행방식 등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국내외에서 '짝퉁게임'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법원에서 게임 규칙·진행방식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새로운 판례가 나온만큼, 게임 저작권 보호에도 새로운 흐름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게임 콘텐츠 분쟁 해결방안을 주제로 '2019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게임 지식재산권(IP) 관련 분쟁 사례들을 소개하며 게임 콘텐츠 저작권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흥행에 성공한 게임들의 규칙과 진행방식 등은 일종의 장르 표준이 되는 경향이 게임산업에 존재해왔다. 때문에 하나의 게임이 인기를 끌면 다른 게임사들이 흥행 게임의 표준을 그대로 구현한 '미투게임'을 우후죽순 출시하는 일도 잦았다. 이를테면 지난 2011년 이맨지 스튜디오가 출시한 모바일 달리기 게임 '템플런'이 인기를 모은 이후,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형식의 게임방식을 채택한 달리기 게임들이 쏟아져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게임의 장르, 게임의 전개방식과 규칙, 게임의 단계변화와 같은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유사한 게임이 출시되더라도 그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저작권 분쟁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넥슨이 출시한 PC온라인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물풍선을 이용해 상대방을 물방울에 가두고 터뜨리면 이기는 방식의 게임이다. 고전게임 '봄버맨'을 개발한 게임사 허드슨은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게임 방식이 봄버맨과 유사하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007년 게임 장르와 규칙 등은 단순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고, 폭탄이 터질 때 효과 등 기술적 요소는 정해진 표현방법 외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보드게임 '부루마블' 제작사로부터 디지털 콘텐츠 권리를 독점으로 받은 아이피플스는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모두의 마블'이 부루마블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2016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 2017년 1심 판결을 통해 모두의 마블이 부루마블 게임 규칙과 진행 방식을 반영해 상당 부분 유사하게 구현하고 있는 점과 부루마블과의 유사성을 홍보에 활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에 불법 요소가 없는 것으로 판단, 넷마블의 손을 들었다.

최근에는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 인기 게임들을 베낀 '짝퉁게임'을 출시해 큰 논란을 사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짝퉁게임 문제가 심각하다. 펍지의 총싸움게임 '배틀그라운드'가 피해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중국 개발사 넷이즈는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한 여러 종류의 게임을 PC 및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했는데, 이 게임들은 원작 게임의 자리를 넘보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미르의 전설2', '뮤 온라인' 등도 짝퉁게임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올해 법원이 게임 규칙 등을 창작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앞으로 게임 저작권 침해 문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게임사 킹닷컴이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선택·배열되고 조합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어 우러져 그 게임물 자체가 다른 게임물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는지도 고려해야한다"며 "원고 게임물은 선행 게임물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추고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장르적 성격을 가지는 게임 저작물의 특성상 시각적으로 보이는 외관의 유사성을 인정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며 "'전체로서의 규칙'의 보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게임 콘텐츠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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