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너무 힘들다. 보다 정확하게는 경제정책 수립 및 집행이 힘든 것 같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고, 동시에 재정건전성도 지켜야 한다. 우리 경제는 10여년 만에 다시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를 기록했는데, 4분기에 전기 대비 1% 성장해야 연간 2% 성장률이 나올 수 있다. 그게 아니면 2% 미만, 즉 1%대 성장률이다. 4분기, 즉 현재 경기 흐름이 여름휴가를 가고 추석 연휴를 즐겼던 3분기 대비 2배 이상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시는가.
좋다. 무슨 이유에서건 4분기에 전기 대비 1% 성장해서 올해 연간 2%대 성장률이 나왔다고 치자. 지금과 같이 장기간 저성장·저활력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올해 4분기에 1% 성장을 했다면 다음 분기에는 성장률이 다시 1%의 절반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흐름을 오래 봐온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1분기 성적이 연간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1분기 성장률이 어느 정도 나와 줘야 연간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내년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5% 보다 낮고 그 이후에도 유사한 강도로 진행된다면, 2020년 우리 경제는 2% 선상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올해와 비슷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2% 사수를 위해서 총력을 기울인다고 할 것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장기간 저성장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성장률 1%포인트가 아니라 0.1%포인트를 높이기 위해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늘린 재정지출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재정건전성은 미래가 되어서야 악화될 것으로 내다 봤는데, 지금보니 그 미래가 결코 먼 미래가 아닐 것 같아서 걱정이다. 올해 1~9월까지 통합재정수지 및 관리재정수지(사회보장성 기금수지 등 제외)가 모두 사상 최대의 적자 수준이다. 경기 부진으로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줄어들었지만,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상했던 국세수입 계획 대비 실제 수입을 나타낸 1~9월 누적 진도율은 77.4%로 전년동기간(79.6%)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정부의 누적 총지출은 386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1조원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재정적자가 올해에만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분야와 액수는 줄어들기 보다는 늘어날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복지분야 법정지출이 2019년 약 107조원에서 2023년 약 150조원으로 연평균 9%씩 증가하는데,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변화를 꼽았다. 그러나 세수 예측의 기본이 되는 경상성장률도 쉽게 상승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국세가 정부가 예측하는 만큼 잘 걷히지 않을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이와 같이 재정지출의 증가와 국세수입의 감소가 지속되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올해 38%에서 2028년 5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비율 60%는 유럽연합(EU)에서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삼는 수치다. 대외신인도가 악화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은 국가 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성장률이 1%대가 될 정도로 취약한 경기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직은 국가 재정건전성 및 대외신인도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외신인도가 훼손되면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도 발생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래 세대에게 큰 빚 부담을 남기게 될 것이다.
성장세 저하 및 저출산·고령화 가속화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재정립해야 한다. 성장세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재정지출은 어쩔 수 없이 하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리 가능한 국가채무 수준, 재정수지 적자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일시적인 적자 발생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미래 국가 재정이 어떨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비전과 계획이 없다면 외국인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이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