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공모형 펀드 판매 허용한 것처럼 공모형 신탁상품 판매도 허용해야" 주장 - 금융위 "공모형 신탁상품이 사모인지 공모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금지 방침에 은행권이 반발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오는 25일 최종 방안을 내놓는다. 금융당국이 신탁상품도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히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권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는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지방은행 등 14개 은행의 고난도 투자상품과 관련된 신탁사업부 및 자산관리(WM)사업부 관계자들을 소집해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으로 고위험 사모펀드와 신탁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원금의 20~30%가 손실될 수 있는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따라 주가연계 자산을 편입하는 신탁상품(ELT·주가연계신탁, 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을 은행 신탁계정에 편입한 상품)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은행권은 신탁상품 판매 제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은행권은 공모형 펀드 상품은 판매를 허용한 것처럼 공모형 신탁상품도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 투자자를 유치해 판매하는 개념의 신탁상품이 사모 상품으로 해석되면서, ELT과 같은 대표상품을 판매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ELS나 DLS를 담아서 파는 신탁상품 규모는 지난해 42조8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난도 금융상품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투자자 선택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면서 "은행은 고객 자산관리 핵심수단이 신탁인데, 포트폴리오에 공모형 신탁상품도 넣지 말라는 것은 은행에게 고객자산관리를 하지 말란 소리와 같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일부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전체 판매 규제로 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소비자 재산증식의 수단 중 하나가 신탁이고, 저금리 시대에 신탁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ELF(주가연계펀드)는 되고 ELT(주가연계신탁)는 되지 않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위험 상품을 팔지 않으면 위험은 낮아지지만, 수익도 낮아진다"면서 "은행은 지점이 많은데, 대면접촉을 통해 고위험 상품을 팔지 못하면 소비자의 투자상품 접근기회가 줄어들고, 증권사들 역시 은행의 막대한 판매망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신탁상품이 위탁 고객과 회사(수탁자) 간 일대일 계약에 따른 것이라, 편입되는 상품이 공모형이라고 해서 해당 신탁상품을 공모형으로 볼 수는 없다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기자들과 만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모 신탁상품 판매 금지가 과한 대책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공모는 손을 대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은 위원장은 "신탁이 공모인지 사모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 보고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는 금융위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융당국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제한으로 은행들의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조직개편의 틀은 그려졌고, 은행권의 WM 부문을 신탁과 합치고, 마케팅·상품소싱팀은 따로 두는 등 새판을 짜게 될 것"이라면서 "자산관리그룹장은 임원이 겸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