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의 '단식'은 지난 9월 '삭발' 카드로 위기를 돌파했던 것처럼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내 리더십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한 지 하루 만에 지소미아와 패스트트랙 등을 이유로 단식을 시작한 황 대표 단식 결정은 당 안팎에서조차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단식에 앞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두고 볼 수 없다.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한 줌의 세력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왔다"며 "황교안의 단식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절실한 단식이라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 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요청했다.
황 대표가 정국 타개 방안으로 단식 카드를 꺼냈지만 당 안팎에서는 싸늘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명분이 없고 뜬금없다는 게 공통 반응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이 합리적인 방위비 분담금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으로 출발한 날, 때 아닌 단식은 방미 대표단에게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어깃장 놓기와 힘 빼기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코웃음 칠 것"이라고 폄하했다.
황 대표가 빼든 '단식' 카드는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수위 높은 의사표현으로 꼽힌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이학재 한국당 의원, 김성태 전 원내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단식을 활용했다. 앞서 조국 사태에도 오르지 않는 지지율로 인해 불거진 리더십 논란을 '삭발'로 넘겼던 황 대표가 비슷한 방법을 활용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기려 한다는 설명이다.
전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튿날 황 대표가 단식 카드를 내놓으면서 '쇼'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하겠다며 현장까지 방문했으나, 관계 규정상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결국 국회로 장소를 변경했다. 임재섭·윤선영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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