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내달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한다. 최근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의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금융지주사의 막강한 판매 네트워크와 수익률 경쟁력을 갖춘 지주사 계열 대형증권사의 가세로 그동안 은행이 주도해온 약 2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20일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연내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를 확정한 상태"라며 "금융당국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 상황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9월 말 회사 연금영업본부 내 퇴직연금 고객 수익률 관리본부를 따로 꾸려 준비하는 등 퇴직연금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당초 이달 중 수수료 인하 시행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당국 심사 절차 등 실무 작업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도 "다음 달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를 결정했다"며 "퇴직연금에 대한 그룹의 관심이 컸던 만큼 사회적 기업에 대한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손실이 난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면제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중 가장 먼저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경쟁의 포문을 연 건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8일 기업고객의 퇴직연금 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DB형 운용자산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모든 적립금 평가액별 구간수수료율에 대해 평균 0.04%포인트(0.01~0.09%)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장기할인제도는 확대하고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장관 인증)에 한해서는 적용수수료율을 50% 할인적용키로 했다. 삼성증권은 2017년부터 IRP 개인 납입금에 대해서는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뒤를 이었다. 지난 18일 두 회사는 적립금 50억 이하의 중소규모 기업체의 수수료율을 연 0.42%, 0.41%로 각각 0.08%포인트, 0.04%포인트씩 낮췄다.
KB증권은 특히 IRP 가입자 중 연금수령 고객에 대해 운용관리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기로 하는 강수를 뒀다. 회사는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 개편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며 "최근 신설한 자산관리컨설팅센터는 고객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사후관리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대우도 현재 퇴직연금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최근 각 증권사가 잇달아 수수료 인하에 나선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직원들과 공유한 상태고 현재는 검토 단계"라며 "인하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아직 의사결정을 내리진 못했다. 연말인 만큼 인하 행렬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추후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저마다 수수료 인하 등 마케팅 경쟁에 주력하는 건 연말정산을 앞두고 대표적 절세 금융상품인 퇴직연금 상품에 고객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납입액을 늘려 세금을 더 많이 환급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부가 최근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규모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 퇴직연금 제도를 의무 도입한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은행권의 먹거리였던 퇴직연금 고객 확보에 증권사까지 사활을 걸고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200조원에 육박한 퇴직연금 시장은 확대일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47조원 수준이던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규모는 190조원까지 급증한 상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퇴직연금 제도 의무화가 시작되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퇴직연금의 특성상 한 번 유입된 자금이 장기간 머물기 때문에 시장선점이 중요하고, 수수료 인하를 통해 고객을 먼저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