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와 공존 모든 미생물군 의미 차세대 먹거리사업 성장 가능성 美·유럽 등 막대한 자금력 투입 국가차원 대규모 프로젝트 가동 "韓, 기반·인프라 구축 확대해야"
출처-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 코리아, ICT와 바이오의 융합 3) 개인 맞춤의학 꽃피울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③개인 맞춤의학으로 꽃피울 '휴먼 마이크로바이옴'4차 산업혁명 시대 바이오와 ICT 간 융합이 한층 가속화되면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미래 바이오 분야 신산업으로 조명받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인간 유전체 분석기간과 비용이 줄어들면서 '제2의 장기'로 불리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새삼 주목받으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선 우리나라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해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려면 한국인 마이크로바이옴 기준 확립과 함께 기술개발 및 상용화 투자 확대, 과감한 제도·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2의 장기'로 중요성 커져=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2006년 제프리 고든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대변 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과 관련 있다는 논문을 '네이처'에 처음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논문은 대변이 소화작용의 결과물로, 몸 속에서 빨리 배출해야 할 더러운 물질이라는 인식과는 반대로 비만의 원인규명이나 예방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공생하는 개체 수준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모든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오타)과 이들이 가지는 유전정보 전체를 뜻한다. 쉽게 말해 인체와 공존하는 모든 미생물군을 의미한다.
인체 내에는 세균, 바이러스, 고균, 곰팡이 등 다양한 미생물 군집이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미생물의 95%는 소화기관에 존재한다. 나머지는 호흡기, 생식기, 구강, 피부 등에 분포하고 있으며, 개인의 유전형과 식습관, 생활환경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구성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수는 인간 세포의 10배, 유전자 수는 인간 유전자의 100배 이상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몸무게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양적으론 미미하지만, 면역이나 약물반응, 신진대사 등 인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제2의 장기'로 불리곤 한다.
◇대사질환·신경계질환·항생제 내성 등 '해결사' 주목=2000년대 이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법 보편화와 대용량 염기서열 획득 및 분석을 통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기술 고도화로 인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08년 10월 국가·연구자 간 협력과 연구성과 공유를 위해 '국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IHMC)'을 구축, 우리나라를 포함해 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대다수 연구는 소화기관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 당뇨 등 다양한 대사질환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집중돼 있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대사질환뿐 아니라, 자폐증, 다발성 경화증,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등과 같은 신경계 질환 발생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기존 약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높으면서 개인·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신경계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거주환경과 섭취음식에 따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구성과 다양성이 달라지고, 건강한 사람일수록 여러 종류의 장내 미생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인의 장 질환 치료와 건강 증진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항생제 과다 투여로 발생하는 디피실 감염 등 항생제 내성 해결뿐 아니라, 체내 미생물이 면역관문 억제기전의 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차세대 항암제, 질병 예방·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등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기반·인프라 확대 통해 글로벌 혁신역량 높여야=우리나라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프로바이오틱스로 대표되는 건강증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앞으로 시장 규모가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건강기능식품 회사는 물론 주요 제약사, 중소·벤처기업들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늘리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시장이 막 개화하기 시작한 만큼 창의·선도적 R&D를 통해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글로벌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럽 등이 국가 주도의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연구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관련 연구 기반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 마이크로바이옴 참조 데이터 구축과 표준 연구 프로세스 구축 등 국가 차원의 중장기 투자계획 및 지원을 통해 기반·인프라 구축 확대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16년 마이크로바이옴 R&D 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의 연구진흥 계획 수립과 한국인 장내 미생물 표준 확립, 질환·치료에 중점을 둔 연구전략 마련, 공공성 기반의 인프라 구축, 산업화를 위한 국제표준 설정 및 규제개선 등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황은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글로벌 연구 동향과 관련 산업 트렌드 등을 고려한 장기적·체계적·통합적인 국가 차원의 육성 및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및 사전 예방·관리를 위한 미래 의료 패러다임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