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만능주의'에 빠진 정부가 단기 일자리 지원 예산과 복지 예산 등 재정 투입을 대폭 늘리면서 올해 '재정증권' 발행액이 역대 최대인 49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지출을 늘리다 보니 모자라는 자금을 채우기 위해 단기 재정증권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복지와 일자리용 예산을 늘린 탓에 기초연금, 아동수당, 일자리 안정자금,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자금 등 올해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 예산만 약 78조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8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국가 통합재정수지가 역대 세번째로 적자 전환하고, 국가부채는 사상 최대인 7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가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가 경제를 비롯해 사회·복지 등 각종 문제를 단기 재정 투입에만 의존하는 '미봉책'을 내놓고 있어, 근원적 문제 해결은 하지 못한 채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재정증권 누적 발행액은 지난해 2조원에서 무려 25배 가까이 증가한 49조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자료를 파악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최대치다.
재정증권은 일시적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단기(63일 또는 28일물) 유가증권으로 반드시 연내 상환해야 한다. 마치 직장인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것이다.
세수가 호황이었던 2017년과 2018년 재정증권 발행액은 각각 7조원, 2조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법인세 감소 등 세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확장 재정에 따른 재정 조기 집행에 나선 탓에 재정증권 발행이 급증한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 세수는 작년 상반기에 비해 1조원 줄었다. 내년에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세수는 급감하는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에 거의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국가보조금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에 제출한 '2014∼2020년 국고보조금 추이'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기준으로 올해 나갈 국고보조금은 총 77조8979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3년 새 17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고보조금은 2014년 52조5391억원, 2015년 58조4240억원, 2016년 60조3429억원, 2017년 59조6221억원, 2018년 66조9412억원 등 50조~60조원 수준에 머물다 올해 급증한데 이어 내년엔 86조13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고보조금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예산 증가와 단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고용 관련 보조금 예산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내년 국고보조금 가운데 복지 관련 보조금만 51조2952억원으로 전체 보조금의 59.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가 줄어들고 국가 재정수지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재정 투입으로만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며 "재정증권 발행액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지나친 복지 고용 예산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