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에 현금 부자 몰리고
강남 재건축서 최고 청약경쟁률
"신규 분양 쏠림현상 뚜렷해질 것"

지난 10일 열린 르엘캐슬갤러리 방문객들이 유니트를 둘러보며 분양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0일 열린 르엘캐슬갤러리 방문객들이 유니트를 둘러보며 분양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됐지만, 주택 시장은 외려 '역대급'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소한 현금 10억원은 갖고 있어야 하는 강남 새 아파트 청약에 현금 부자 1만8000명이 몰리며 로또 청약 열기가 정점으로 치달았다. 또 역대급 규제에 아랑곳 않고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최고가격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한제 본격 시행에도 최고 경쟁률 461대 1= 1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발표 이후 첫 분양된 르엘 신반포 센트럴과 르엘 대치는 1순위 청약결과 각각 82.1대 1, 212.1대 1을 기록했다.

두 단지에 청약한 청약자 수는 르엘 신반포 센트럴이 1만1084명, 르엘 대치가 6575명이다. 르엘 대치의 경우 최고 4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올해 서울 최고 청약경쟁률 기록도 다시 썼다. 종전 서울에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으로 203.75대 1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발표하자마자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올해 서울 최고 청약경쟁률 단지가 나오면서 상한제 효과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르엘대치는 평균 분양가가 11억2400만∼16억100만원, 르엘신반포센트럴은 10억9400만∼16억9000만원으로 최소 현금으로 10억원은 들고 있어야 청약이 가능하다.

올해 최고 청약경쟁률 단지가 나왔지만 분양가구 수가 워낙 작은데다 르엘 대치와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당첨자 발표일이 서로 달라 중복 청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두 단지에 1순위 접수를 신청한 사람들이 모두 중복 청약을 했다고 가정하면 청약경쟁률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르엘 대치의 일반분양물량은 31가구에 불과해 청약경쟁률 상승폭이 크다. 1가구만 청약하는 55㎡T, 77㎡T 평형의 경우에는 각각 332명, 461명이 몰리며 고스란히 332대 1, 461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로 반영됐다.

건설사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이 줄어들 우려가 있어 경쟁률이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예상보다는 경쟁률이 높진 않았다"며 "중도금 대출도 안되다보니 강남 재건축에는 늘 청약을 넣는 사람만 넣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도 "세대수가 적기 때문에 단순히 청약경쟁률만 놓고 판단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여전히 시세차익을 노리는 묻지마 수요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 팀장은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그래도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약하면서 넣고 보자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가 상한제 본연의 목적이 집값과 시세를 잡기 위한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는 제도 시행전이라 아직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중복청약 허수를 생각하면 오히려 수요가 빠졌다는 해석도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전체 청약자 수만 놓고 보면 수요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 재건축단지들이 장기적으로 가겠다는 기조를 보이면서 실제 수요가 준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로 투자수익이 여전하기 때문에 1순위 청약은 많이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 앞서 강남 재건축으로 분양된 래미안 라클래시(1만2890명),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8975명)은 두 단지 모두 르엘 대치보다 1순위 청약자 수가 더 많았다. 래미안 라클래시의 경우 르엘 신반포 센트럴보다도 1000여명이 더 청약했다.

단지별 상품성 차이로 인한 영향도 있다.

장 팀장은 "평당 5000만원에 육박하는 분양가인데도 르엘 대치의 경우 저층과 중소형 평형이 대부분이어서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넣고 르엘 대치는 넣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강남 재건축 단지의 청약경쟁률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전매기간대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수요는 더 감소할 수 있다"며 "실수요자들은 대기수요도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만 남게되면 청약경쟁률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또 청약열기에 구축 아파트도 신고가 경신 행진= 상한제의 약발이 먹히기는커녕 신규 분양 시장이 더 들썩거리자 기존 구축 단지들도 신고가를 잇따라 갱신하고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엘스는 지난달 전용면적 84.8㎡가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 14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7000만원 이 급등했다. 이 단지의 전용 59㎡는 이달 16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2월 12억6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 껑충 뛰었다. 압구정동 신현대 12차는 전용 170㎡가 지난달 42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은 자사고 폐지, 정시 확대 등 이슈로 학군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석달새 2억5000만원 껑충 뛰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 대치동에서 대표적 학군 수요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전용 84.43㎡ 전셋값이 이달 현재 6억원으로 지난 7월 최저 가격인 5억원과 비교하면 1억원 올랐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가 지난달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언급된 지난 7월 12억원에 거래된 가격과 비교하면 석 달 새 2억5000만원이 올랐다. 이 아파트의 전용 151.31㎡는 이달 들어 전셋값이 20억원을 찍었다.

부동산 업계는 서울 주요 지역의 신규 분양 시장 쏠림 현상은 더 뚜렷해지고 재건축도 가격 급락은 어려운 등 상한제의 부작용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한제는 일종의 최고가격제이기 때문에 신규 분양 시장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재건축은 개발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순 있으나, 초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부동자금으로 가격이 하락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길·이상현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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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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