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상황 고려 정치적 망명 수용
초라한 잠자리에 누운 모랄레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사임 후 첫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리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볼리비아=AP 연합뉴스
초라한 잠자리에 누운 모랄레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사임 후 첫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리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볼리비아=AP 연합뉴스

부정 선거 논란 끝에 사퇴 의사를 밝힌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멕시코로 망명길에 오른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몇 분 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며 "전화통화를 통해 모랄레스 대통령이 정치적 망명을 공식 요청했다"고 말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인도주의적인 이유와 그가 위험에 처한 볼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정치적 망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 결정 이후에도 볼리비아 내에서 여야 지지자들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방화와 상점 약탈 등도 잇따르고 있다.

누가 위기의 볼리비아를 이끌지도 불확실한 가운데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반발 시위 속에 치안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날 수도 라파스를 비롯한 볼리비아 곳곳에선 모랄레스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야권 시위대, 경찰과 충돌했다. 모랄레스 퇴진에 환호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자축 시위 속에 성난 모랄레스 지지자들이 가세해 시위가 과격해졌다. 여러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았고 도로 봉쇄 속에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됐다.

전날 밤부터 볼리비아 곳곳에선 지지자의 보복으로 보이는 방화와 습격 등도 이어졌다. 유명 야권 인사 한 명은 모랄레스 지지자들이 자신의 집에 불을 붙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랄레스도 자신의 집이 공격받았다고 말하는 등 여권 세력을 겨냥한 야권 지지자들의 공격도 이어졌다.

전날 밤 버스 60여 대가 불에 타고 상점 약탈도 자행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도 모두 전날 모랄레스 대통령 사퇴 전후로 함께 물러나 볼리비아는 현재 말 그대로 권력 공백 상태다. 일부 장관들도 줄줄이 사퇴해 정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선거관리당국인 최고선거재판소의 소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도 미주기구(OAS)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무더기로 경찰에 체포됐다.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유력한 인물은 야당 소속의 제닌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다. 그는 이날 자신이 의장직을 승계한 후 대통령직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곧 대통령 선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녜스 부의장이 의장직을 승계하려면 여당 다수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어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볼리비아 의회는 오는 12일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 이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미주기구도 같은 날 미국 워싱턴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볼리비아 위기를 논의한다.

일각에선 권력 공백 속에 군사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남미 정치 전문가인 제니퍼 시어 미 애리조나대 교수는 AP통신에 "앞으로 몇 시간 동안 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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