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치 테스트베드 구축을 통해 중소 반도체 기업들의 제품개발이 대기업의 최종 구매까지 연계되도록 브리지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
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장(사진)은 3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인프라 한계 때문에 단위공정만 지원했지만, 이제 반도체 설계부터 제품 개발·테스트까지 전주기 서비스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미 카네기멜런대, IBM, 삼성종합기술원 등을 거친 반도체 분야 석학으로, 한양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9월 나노종합기술원장으로 취임했다. 정부가 반도체 핵심 기술 국산화를 위해 2000년부터 10년간 가동한 21세기 프런티어 사업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을 10년간 이끌기도 했다. 당시 사업단이 개발한 기술은 삼성전자 등의 양산 제품에 적용돼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 단장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일본 수출규제로 부각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115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나노종기원 내에 12인치 웨이퍼용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에 착수했다. 테스트베드 구축에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450억 원이 투입된다.
나노종기원은 992㎡(300평) 규모의 청정실을 확보하고, 12인치 반도체 전용장비 10여 대를 우선 구축할 예정이다. 또 20나노미터(㎚) 패터닝 공정기술 등 단위·모듈과 특화공정 기술을 도입해 검증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현재 반도체 양산에 쓰이는 ArF(불화아르곤) 노광 공정용 장비를 집중 도입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노광 공정인 EUV(극자외선)용 장비는 2023년 이후 일부 도입한다. 이 단장은 "테스트베드 서비스는 2021년 상반기에 시작하는 게 목표지만 최대한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장비인 ArF 이머전 스캐너가 신규 구매는 1000억 원, 중고도 200억~300억 원의 고가제품이라 현재 예산으로는 도입이 힘든 상황이다. 기업 유휴 장비를 기증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이 단장은 "450억 원으로 전체 테스트베드를 완성해야 하다 보니 걱정"이라면서 "중고 장비를 기증 받으면 가장 좋은데, 안 되면 중고 구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 아니라 차세대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리스크가 많은 미래 기술 연구를 위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팀플레이를 펼치면서 정부가 밀착 지원하는 협업구조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표적인 차세대 기술인 EUV 공정 장비는 훨씬 고가라 테스트베드 구축 자체가 쉽지 않다. 이조원 단장은 "EUV 장비는 1년 유지관리비만 500억 원에 달해 줘도 쓰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2023년 이후 EUV 포토레지스트 시험을 위한 일부 장비만 도입해 테스트를 지원하고, 안 되면 해외 기관의 장비 이용을 매칭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