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국내 증권업계에서 대형사 '쏠림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소형증권사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IB(투자은행) 중심으로 수익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는 가운데 증시 침체, 금융투자업계 인가체계 개편 등으로 영업환경은 더욱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덩치를 키우거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5곳 증권사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모두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3분기 NH투자증권은 8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15% 이상 크게 하회했으며 KB증권(614억원), 하나금융투자(586억원) 등도 2분기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전기대비 17.6% 감소한 593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초라한 실적을 발표하자, 중소형증권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 분위기다. 대형증권사마저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상황에서 사정이 더욱 여의치 않는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위 : 억원. 금융투자협회 제공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57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 2조8283억원 중 미래에셋대우 등 자기자본 상위 10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1308억원으로 전체 75.3%를 차지했다.
자기자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수익으로 직결되는 굵직한 사업에서 소외돼 의미 있는 성장이 어렵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의 경우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대규모 자금을 인수금융·중견기업대출 등 기업금융, 메자닌·상장전 지분·해외부동산 등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지만, 중소형증권사는 이로부터도 크게 동 떨어져있다.
여기다 금융투자업계 인가체계 개편으로 증권사의 신설·분사·인수를 자유롭게 허용하면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는 점도 중소형증권사로선 위협 요인이다.
실제로 현대차증권의 올 3분기 순이익은 135억원으로, 지난 2분기 304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위기감을 느낀 중소형증권사들은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서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3일 약 1036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현대차증권의 자기지본은 1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DS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유상증자 단행을 결정했다. DS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5일 486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지난 5월 77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한화투자증권은 7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쳐, 자본금 1조원 규모의 '중형 증권사'로 올랐다. 한화투자증권은 유상증자로 확충한 자본 일부를 IB와 자산관리(WM) 등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쓸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수익원 발굴을 위해 IT 기업과 합작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지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경우 대형 증권사 위주로 수익이 집중될 수 있다"면서 "중소형 증권사는 독자적이거나 다른 중소형 증권사, IT 기업과의 합작 등으로 신규 수익원 발굴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