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수 또 역대 최저치 경신
비정규직 증가·고용악화 악순환
수당 퍼주기 정책으로는 한계
"근본해결책은 노동시장 변화"

출생아 수가 또 다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정부의 출산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12년 간 출산정책에 13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되레 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뒤로 미루고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비정규직 등 불완전한 고용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아동수당, 출산지원금 등 보편적 복지로 저출산 해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출생아 수는 2만4498명으로 전년보다 2973명(10.9%) 감소했다. 역대 8월 기준 최저치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3만910명) 이후 4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8월 출생아수 감소율이 10.9%를 기록해 2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로 늘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생이나 결혼은 노동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고용이 불안하고 실업률이 높으면 출산율도 하락한다. 결국 비정규직 증가와 고용 악화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29일 올해 8월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가 750만 명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출산정책에 13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정책자금은 주로 아동수당이나 출산지원금을 주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이는 이미 출산한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일지 모르지만, 예비 출산 부부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보편적 복지의 함정"이라며 "아동수당 지원보다는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정부가 출산정책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동수당 등 자금지원 형태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추진한 지금까지의 출산장려 정책을 경제적 효과가 있는 내용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출산정책은 미래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은 외국인노동자를 유입하는 등 이민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고,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적 여론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경제 불평등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월렘 아데마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열린 국제 인구 콘퍼런스에서 "비정규직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육아휴직 혜택을 사실상 받을 수 없다"며 "이것이 부모와 자녀에 엄청난 압박을 줬고, 과도한 교육열과 경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의 경쟁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현재 부모가 치르고 있는 교육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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