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사진)가 29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강 여사의 별세로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재임 중 모친상을 치르는 첫 사례가 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들과 차분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고인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사실은 이날 오전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 모친이 매우 위독하다"며 "문 대통령은 오후에 어머님을 뵈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등 예정된 일정을 모두 마친 후 고인이 입원해있던 부산의 병원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과 지난 추석 연휴 때 부산을 찾아 모친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문 대통령은 부모와 관련한 이야기를 저서 '운명'에 비교적 자세히 서술해 놓았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모두 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실향민이다. 1978년에 별세한 부친 고(故) 문용형 씨는 일본 강점기에 함흥농고를 나와 흥남시청에서 농업계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와 강 씨는 1950년 흥남철수 때 피란민을 구출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내려왔다. 경남 거제에 정착한 지 2년 만에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부친의 임종과 관련해 책에 "아버지는 내가 대학에서 (유신 반대 학생운동을 한 탓에) 제적당하고 구속됐다가 출감 후 군대에 갔다 왔는데도 복학이 안 되던 낭인 시절, 내가 제일 어려웠던 때 돌아가셨다"고 적었다. 또 "아버지가 삶에 너무 지쳐서 생명이 시나브로 꺼져간 것 같이 느껴졌다"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내게 기대를 걸었던 아버지에게 잘 되는 모습이나 희망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죄송스러웠다"고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부친은 가까운 친척과 함께 피란했지만, 어머니는 혈혈단신 남쪽으로 내려왔다. 아버지가 하던 장사가 잘 풀리지 않은 탓에 문 대통령이 어렸을 때부터 집안 생계는 강 여사가 책임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책에 강 여사가 생계를 위해 시장 좌판에 옷을 놓고 팔거나 연탄배달을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975년 4월 시위 주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로 이송되는 날 호송차를 따르던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팔을 휘저으며 '재인아! 재인아!' 내 이름을 부르고 차 뒤를 따라 달려오고 계셨다"면서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어지는 호송차를 바라보고 계셨다"고 떠올렸다.
강 여사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측에 있던 동생 병옥 씨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추석특별기획 방송에 출연해 "제가 아마 평생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부인이나 직계 가족의 상을 치른 사례는 매우 드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는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북한 공작원 문세광이 쏜 총탄에 맞고 별세했다. 국민장으로 영결식이 거행됐고 육 여사는 나흘 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2월, 평소 어머니처럼 생각하며 모시던 큰 누님 귀선 씨를 여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장례는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발인과 입관식을 끝까지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