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신종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환자들이 발생해 학교가 휴교하고 입영이 연기되는 등의 큰 혼란을 겪었다. 당시로서는 정확한 진단법이 보편화되지 않아 정확한 환자 수를 알지는 못해도 고열이 나면 신속히 인플루엔자 치료제를 투여했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타입 A, B, C 로 나뉜다. 타입 C는 사람에게는 비교적 안전하고, 타입 B는 학교나 군대같이 많은 사람이 밀접한 곳에서 드물게 발생하나 가볍게 지나간다. 그러나 타입 A의 경우에는 2~3주 사이 매우 많은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피크를 이룬 후 2~3달 정도 지속된다. 이 때 기침, 콧물, 목의 통증과 같은 일반적인 감기증상과 함께 두통, 고열, 무력감, 전신적인 근육통, 허리의 통증 등의 전신적인 증상이 동반된다. 폐염으로 발전하기도 하여 이를 '독감'으로 따로 분류해 관리를 하게 된다.
매년 봄까지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석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그 해 가을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하면, 이를 근거로 독감 백신을 만들어 초가을부터 접종한다. 이러면 환자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설사 독감에 걸려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다만 독감백신을 맞고도 감기에 걸렸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독감백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만을 선택적으로 방어하기 때문에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는 막지 못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조금씩 변형(Antigenic Drift)되기 때문에 매년 다른 독감 백신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10년에서 15년 간격으로 대규모 변형(Antigenic Shift)이 발생하게 되고, 이때 독성이 매우 강한 방향으로 변이가 일어나면 매우 심각해진다. 즉 대규모 변형이 발생하는 10년에서 15년 간격으로 독감이 크게 유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2009년의 신종플루도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그런데 그 동안 가축에게만 병을 일으켜 사람에게는 안전했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일이 발생했다. 가축 사육이 늘어나고, 특히 후진국에서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사람과 가축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도 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류독감이다. 1997년 홍콩에서 발생했을 때 이를 조사하기 위해 홍콩으로 달려간 의사들은 재래시장의 닭 배설물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이 때 매우 비위생적 환경의 시장에서 사람과 함께 생활하다가 현장에서 도살되어 판매되는 닭들이 조류독감에 병들어 죽어가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못했다.
독감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 전 세계에서 몇 명이 사망했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약 2000만 명에서 1억 명 사이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제 1차 세계대전 때 920만 명, 제 2차 대전 때 1590만 명이 희생된 것과 비교해도 엄청난 숫자다. 우리나라도 총독부 연보에 의하면 당시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742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희생됐다. 이를 '무오년 독'이라고 불렀다. 그 후 1957년 세계적으로 무려 45만 명이 사망하는 등의 심각한 대유행이 몇 차례 더 있었다.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매우 치명적인 방향으로 대규모 변형을 일으켰기 때문이지만 다행히 최근에는 진단 방법의 발달과 예방주사 및 인플루엔자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과거와 같은 엄청난 희생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종 플루에서 보듯이 그 피해는 적지 않다. 특히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교통수단으로 인해 지구 한 곳에서 발생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범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간혹 부작용을 걱정해서 예방주사를 피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주사 형태로 맞는 예방주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죽여서 만든 사(死)백신이라 안전하다. 세균 배양 방식으로 제조한 백신의 경우에는 달걀 알레르기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 다만 백신을 접종하면 2주 정도 지나야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