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으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4% 성장에 그친 가운데, 물가상승률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디플레이션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판 '잃어버린 10년'이 도래할 것이란 우려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물가상승률이 다시 플러스 전환할 가능성이 크지만 저물가·저성장 기조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를 지속하며 1~8월까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0.5%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OECD 국가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인 포르투갈과 그리스를 제외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9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한 달 전 대비 0.4% 하락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마이너스는 지난해 여름 폭염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의 기저효과, 석유류 가격 하락세 지속, 고교 무상교육 실시에 따른 공공서비스물가 하락폭 확대 등에 기인했다.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인 1.8%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인 BEI(Breakeven Inflation·10년물 명목국채와 10년물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의 차이로 산출)도 하락세를 보였다고 예정처는 전했다.
예정처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경우 수요부진이 저물가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통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저물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은 있으나 2020년부터는 소비자물가가 상승 전환할 전망이어서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정처는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0~11월까지는 0%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다가 12월부터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봐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장기가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일축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고령화와 가계부채 증가, 소비채널의 변화 등 구조적인 변화들이 중장기적으로 근원물가 상승률 하락을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서울대 이인호 교수 의견을 인용해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높고 자산시장이 안정되어 있어 자산버블 붕괴를 동반한 일본의 디플레이션 상황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다만 연구소는 "고령화 속도와 디플레갭의 존재 등 과거 일본과 유사한 구조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며 향후 지속적인 점검과 필요시 선제적 대응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예정처도 저물가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정책당국은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저물가·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