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올들어 18조원이 훌쩍 넘는 자금을 모으며 인기를 끌던 국내 채권형펀드에서 지난달 처음으로 1조6000억원 넘게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의 부담이 커진 국내 채권시장에 더 이상 '먹을 것'이 많지 않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잘나가던 채권시장에 최근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봤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9월 들어 1조6045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모 펀드에서 각각 7200억원, 8800억원 가량 빠져나간 결과다.

올해 국내 채권형펀드 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한 건 이달이 처음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대표 단기채권형펀드에서 집중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뉴굿초이스단기채권형펀드'와 '하이뉴굿초이스플러스단기채권형펀드'에서 각각 2723억원, 2225억원이 순유출했고 설정액이 1조9949억원에 달하는 '우리하이플러스채권형펀드'에서 1762억원, '유진챔피언단기채권형펀드'도 최근 한달새 1696억원이 줄었다.

채권형펀드는 올해 재테크 시장의 '효자상품'으로 군림해왔다. 1월부터 8월까지 많게는 3조1208억원(5월), 2조5766억원(4월), 2조4826억원(6월)씩 몰렸다. 수익률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공모펀드 기준 960개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가 최근 1년 평균 13.58% 손실을 낸 반면 275개 국내 채권형펀드는 3.17% 수익률을 올렸다.

대내외적인 상황 역시 채권시장에 우호적이었던 점이 채권시장 유동성을 풍부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채권가격은 금리가 하락하거나 사려는 사람이 늘수록 올라간다.

그러던 채권시장이 하락 반전을 맞은 건 9월이다. 무엇보다 채권시장을 좌지우지하며 랠리를 주도했던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들이 9월에 동시에 완화 시그널에 반응하며 시중금리가 되돌림 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 부장은 "미중 무역분쟁이나 브렉시트, 홍콩이슈 등이 연초 이후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하던 것들이 미중 무역협상 스몰딜 가능성과 홍콩의 송환법 철회 소식, 브렉시트 노딜 등으로 이어지면서 채권으로 쏠렸던 자금이 일부 환류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녹아내린 분위기가 확실하게 읽힌다"고 말했다.

정확한 이벤트 없이 스왑레이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역은 "환율과 채권수급의 상관관계가 크고, 원달러 스왑레이트의 마이너스 폭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가 얻는 프리미엄도 커지는 구조인데 9월 들어 급격히 마이너스 폭이 줄며 기대감이 사라진 채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채권투매가 있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일부 완화되며 위험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채권시장에 우호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금리 수준이 바닥인 것으로 본다. 더 떨어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과도하게 쏠렸던 단기 베팅 자금이 슬슬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단위: 원. 금융투자협회.
단위: 원. 금융투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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