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6시간50분 영장심사… 대부분 혐의 부인

표창장 위조 등 11개 혐의 적용
"재판 성실히 임하겠다" 한마디
검찰 "지위 이용한 범죄 명확"


정경심 구속영장실질심사

조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3일 장시간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심사는 장장 6시간 50분 진행됐다. 오전에 시작해 점심 휴식시간을 빼고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끝이 났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만 무려 11건에 달한다. 정 교수에 대한 구속 여부는 검찰의 조 전 장관 가족 비리의혹 수사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검찰은 정 교수 구속 여부에 상관없이 조 전 장관 본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정 교수는 취재진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며 법정으로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렸다.

버닝썬의 윤 총경 구속영장을 발부한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했다. 당초 오전 10시30분 시작 예정이었으나 재판 일정이 밀렸다.

심리는 오후 1시20분쯤 50분간 휴정됐다. 점심식사 후 심리는 2시10분쯤 재개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정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딸 조모(28)씨의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을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업무·공무집행 방해 △사모펀드 투자금 약정 허위신고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차명주식 취득 △동양대 연구실과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모두 11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정 교수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의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해 신병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 정 교수는 검찰이 벌여온 조 전 장관 가족 의혹 수사의 3가지 트랙이 모두 만나는 정점이다. 검찰은 반부패수사2부를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검사를 대거 심문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교수의 신병확보 여부가 그동안 검찰 수사에 대한 성적표가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 못지않게 정 교수측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변론한 김칠준 변호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김종근 변호사 등 6명이 정 교수를 위한 방어에 나섰다.

이날 오전 심리는 입시비리 관련 혐의가 주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에 소위 '가족 펀드' 운용 비리 혐의가 관건이었다.

혐의 다툼과 함께 오후 심문에서는 최근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수감생활을 견디기 어려운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 측은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 자료, 신경외과 진단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심리에 앞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건강 상태를 면밀히 검증했다. 심문에서 검증 절차와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 교수는 영국 유학 중이던 2004년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이후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검찰 소환조사 때도 뇌기능과 시신경 장애,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으로 장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